11일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심우정(53·사법연수원 26기) 법무부 차관은 검찰 내에서 '엘리트 기획통' 검사로 꼽힌다. 보수·진보 정권에서 두루 요직을 맡을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고, 특별한 적이 없어 안정적인 조직 관리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종 임명될 경우 수사 쪽보다는 조직 관리에서 장점을 드러내는 '안정형 리더십'을 보여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심 후보자는 대전시장(관선)과 충남지사(민선)를 지낸 심대평 전 자유선진당 의원의 장남이다. 2000년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07년 법무부 검찰과 검사, 2012년 대검찰청 범죄정보2담당관, 2013년 법무부 형사기획과장, 2014년 법무부 검찰과장 등 법무·검찰 기획조정 분야 핵심 보직들을 많이 거쳤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7월 서울고검 차장검사에 임명돼 검사장으로 승진했고, 이후에도 요직인 법무부 기획조정실장과 서울동부지검장을 역임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에도 인천지검장, 대검 차장검사(고검장), 법무부 차관을 거치는 등 탄탄대로를 걸었다.
검찰 내에선 조직 운영, 대(對)국회 업무, 수사 관리 등 여러 방면에서 고르게 업무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적을 만들지 않는 스타일'이라는 평가도 있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성향과 업무 스타일 모두 합리적인 인물"이라며 "늘 인사에서 선두권이었고, 어느 정권에서나 잡음을 일으키는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검사장도 "검찰 내에서 고르게 인정받을 수 있는 인물이어서 조직 장악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요직을 거쳐 '코드인사' 혜택을 받지 않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기획통인 만큼 대형 사건을 직접 처리한 사례가 많지는 않다.
이런 성품과 전력을 감안했을 때, 그가 총장에 최종 임명되면 '무난한' 조직 운영에 방점이 찍힐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 검찰 고위 간부는 "돌출적인 결정을 하지는 않을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수사 등 정권 핵심부와 관련한 사건에서 국민적 신뢰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심 후보자는 이날 후보자 지명 후 기자들과 만나 "모든 총장들의 가장 큰 꿈은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기관이 되는 것"이라면서 "본연의 역할을 다 해서 국민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검찰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 여사 수사와 관련해 '특혜, 성역은 없다'고 강조한 것을 두고선 "어떤 수사든 법과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고, 똑같은 입장"이라며 말을 아꼈다. 대통령실과의 관계에 대해선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면서 일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그렇게 하기 위한 총장의 역할과 책임이 크다"며 원론적인 답을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정숙 여사 사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잔여 수사 등 정치권 관련 수사를 어떻게 처리할지, 그리고 야권의 '검찰 폐지론'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그의 당면 과제다. 이 총장 임기(다음 달 15일) 내에 김 여사 수사가 끝나지 않으면, 심 후보자가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