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멘토' 이종찬 광복회장은 광복절 앞두고 왜 폭발했나

입력
2024.08.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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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파장 
항일독립운동가 단체도 "경축식 불참"
야권 불참 선언 속 개혁신당은 참석


8월 15일 광복절은 독립유공자를 대표하는 광복회가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하는 광복절 '경축식 불참'을 선언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 친구의 부친으로, 윤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하는 과정에서 '멘토' 역할을 했다. 이번 광복절에 윤 대통령은 새로운 통일 담론을 공개하며 다시 드라이브를 걸려던 차였다. 그런데 가장 믿었던 이 회장이 고춧가루를 제대로 뿌렸다. 국가정보원장과 4선 국회의원을 지낸 노련한 정치인인 그가 왜 갑자기 폭발한 것일까.

이 회장은 10일 윤 대통령을 겨냥해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청년헤리티지아카데미 특강에서 “정부가 근본적으로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공식적인 광복절 행사에 안 나가겠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전날 광복회가 ‘뉴라이트’ 역사관 논란에 휘말린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반발, 8·15 경축식 불참 가능성을 언급한 지 하루 만에 아예 못 박은 셈이다. 25개 독립운동가 선양 단체로 구성된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항단연)도 경축식에 불참하는 대신 별도 행사를 열기로 했다. 개혁신당을 제외한 야당들도 8·15 경축식 불참 의사를 밝혀 광복절이 통합이 아닌 '분열'의 장으로 쪼개질 판이다.

'아들의 친구' 尹 향해 "상당한 배신감"


이 회장은 윤 대통령의 초등학교, 대학교 동창(이철우 연세대법학대학원 교수)의 부친이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당시 후보였던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 시국선언’까지 하며 멘토를 자처했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윤 대통령을 향해 “상당한 배신감을 갖고 있다”며 작심발언을 서슴지 않자 최근 김 관장 임명에 따른 불만을 넘어 현 정권의 대일 정책 전반에 대한 우려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회장은 “한국에 있는 반역자들이 일본 우익과 내통하여 오히려 전전(戰前) 일본과 같이 가고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다”며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마지막 수단으로 결단한 것이 경축식 불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 과정서 불거진 ‘굴욕 외교’ 논란, 최근 속도가 붙는 군사 협력 등 윤 대통령을 둘러싼 참모들의 대일 정책을 싸잡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건국절 제정 '빌드업'에 분노…대통령실 '난감'


위기감의 근거로 이 회장은 윤석열 정부의 ‘1948년 건국절’ 추진을 들었다. 그는 “1948년 건국을 집요하게 갖고 가 전전 일본이 준 피해를 무조건 잊으라고 하는 건 한일 국교정상화 이래 우리 정부가 견지해 온 ‘일제 식민지배정당화는 안 된다’는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8·15 경축식 참석 조건으로 ‘용산(대통령실)의 건국절 (제정) 시도 및 계획 부인’을 내걸었다는 사실도 밝혔다.

김 관장 임명 과정에서 촉발된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대통령실도 난감한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광복회가 이번 행사(경축식)에 참석하길 여전히 희망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도 김 관장 임명 철회와 관련해선 또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대통령실 안팎에선 김 관장 임명이 적절한 심의와 절차를 거친 사안이란 점에서 임명 철회는 어려울 거란 기류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김 관장은 12일 서울보훈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김형준 기자
나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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