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 불균형에 원가보전율 최대 4배 차이… 방사선종양 252%, 산부인과 61%

입력
2024.08.1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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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 대부분 원가보전율 100% 아래
"수가체계 개선, 필수의료 강화 선결조건"

국민건강보험에서 지급되는 수가(의료행위 가격)가 불균형한 탓에 진료 과목 간 원가보전율(비용 대비 수익) 격차가 최대 4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격차는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부추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2022년 진료 과목 간 급여진료 비용과 수익' 자료를 보면, 외과계(산부인과 신경외과 응급의학과 등) 급여진료 비용은 1조1,429억 원이지만 수익은 이보다 1,868억 원 적은 9,561억 원이었다. 원가보전율은 84%에 불과했다.

내과계(소아청소년과 감염내과 정신건강의학과 등)도 급여진료 비용 1조1,040억 원, 수익 9,586억 원으로 원가보전율은 87% 수준에 그쳤다. 반면 지원계(방사선종양과 마취통증의학과)는 89억 원을 투입해 133억 원을 벌어들이면서 원가보전율이 149%에 달했다.

같은 계열 내에서도 원가보전율은 진료 과목별로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내과계에서 원가보전율이 가장 낮은 정신건강의학과(55%)는 심장내과(117%)의 절반 이하였다. 외과계에서는 산부인과 원가보전율이 61%로 가장 낮았고, 안과는 139%나 됐다.

이른바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라 불리는 필수의료 과목 상당수는 원가보전율이 100%를 밑돌았다. 내과 72%, 소아청소년과 79%, 감염내과 79%, 외과 84%, 신경외과 84% 등이다. 특히 산부인과(61%)는 지원계에 속하는 방사선종양학과(252%)의 4분의 1에도 못 미쳤다.

피부과(83%) 성형외과(72%) 정형외과(75%) 이비인후과(78%) 등 수익성이 좋은 인기 과목들도 원가보전율이 높지 않지만 각종 검사를 비롯한 비급여 진료 비용이 분석 대상에서 제외돼 상대적으로 급여진료 수입이 낮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의대 교수였던 김윤 의원은 "전문 과목별로 불균형한 건강보험 수가 체계의 영향이 지난 20년간 누적되면서 산부인과, 소아과 등 특정 과목에 대한 기피현상이 더욱 심화됐다"며 "수가를 공정하게 책정하는 것이 필수의료 영역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선결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도 올해 2월 수립한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토대로 진료량이 아닌 진료의 질과 가치를 중심으로 수가 체계를 대폭 손질할 계획이다. 중증·응급·희소 질환, 소아, 산과 진료 등 위험도가 높고 자원이 많이 투입되는 분야에 대한 보상을 집중적으로 강화한다. 김 의원은 "지난 6월 의대 증원 관련 국회 청문회에서 보건복지부가 2년 안에 건강보험 수가 체계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온 국민이 약속이 지켜지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표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