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국민권익위원회 국장급 고위 간부 사망에 대해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고인의 극단적 선택 책임을 윤석열 정권의 무도함으로 돌리는 한편, "윤석열 정권은 살인자"라고 규탄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자중의 목소리를 냈다.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이며 고인을 정쟁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9일 김모(52) 권익위 부패방지국장(직무대행) 사망을 두고, 윤석열 정권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권익위원장을 지낸 전현희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호하기 위해 청렴하고 강직한 공직자 한 명이, 한 가정의 배우자이자 아버지의 목숨이 희생됐다"며 "윤 정권이 살인자"라고 비판했다. 정청래 민주당 수석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정권의 무도함이 아까운 한 공무원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진상 규명의 의지도 드러냈다. 황정아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취재진을 만나 "김 국장은 박정훈(전 해병대 수사단장)과 백해룡(전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2과장)에 이은 (또 다른) 수사 외압의 피해자"라며 "권력 농단 앞에서 피해자가 계속 양산되고 있기 때문에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노종면 원내대변인도 전날 유사한 취지의 논평을 냈다.
다만 정치공세를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부 감지된다. 한 민주당 의원은 "유족의 마음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경 일변도로만 나서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수사기관 등에 사망 경위를 철저하게 살펴보라고 촉구할 뿐, 당 차원에서 당장 진상 조사를 하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공세에 방어적 입장을 취했다. 파장을 최대한 억제하고, 정부·여당과의 연결고리를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야당이 '정권 외압 피해자'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며 "안타까운 사건을 또다시 정쟁의 소재로 삼으려는 행태가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의원 역시 "고인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그는 "여러 억측이 있지만, 최우선으로 유가족의 황망한 심정을 헤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SNS에서 "김 여사 디올백 사건을 종결처리한 권익위의 모든 결정 과정부터 조사해야 마땅하다"며 진상 규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국장은 전날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올해 3월부터 청탁금지법을 총괄하는 부패방지국장 직무대행으로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 응급헬기 이송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총괄했다. 특히 김 여사 사건 '종결' 처리와 관련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이를 주변 지인들에게 여러 차례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