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혼자 횡단보도 건넜어요"...배달 로봇이 신호등 보는 시험에 응시한 까닭은

입력
2024.08.10 13:00
현대차·기아, 배달 로봇 운행 실증 시연회 열어
교통신호체계와 연동해 안전하게 횡단보도 건너


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서빙로봇이 앞으로는 도로에서 물건을 들고 다니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기아는 9일 자율주행 배송로봇 '달이 딜리버리'(달이)가 건물 밖으로 나와 횡단보도를 자유자재로 건너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날 경기 의왕시 부곡파출소 앞 횡단보도에서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은 경찰청, 의왕시, 한국도로교통공단과 함께 '실외 이동로봇 운행 실증 시연회'를 열었다. 실외 이동로봇은 달이처럼 자율주행 기술을 이용해 건물 밖에서 운행하는 로봇을 말하는데 앞으로 배달, 순찰, 청소 등 다양한 서비스에 활용될 수 있다. 이번 행사는 복잡한 도심지 교통 환경에서도 로봇이 교통 신호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 안전하게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해 '도로교통법'과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이 각각 개정·시행됨에 따라 운행 안전인증을 받고 보험에 가입한 실외 이동로봇은 보행자로 인정받아 보도를 통행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기존 로봇은 카메라 등 자체 센서만으로 주변 환경을 인식해 횡단보도에서 차량이나 사람이 시야를 가리면 신호를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한계가 있었다. 이에 경찰청 등은 실시간 교통 신호정보를 실외 이동로봇에 제공해 자체 센서로 감지할 수 없을 때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교통신호 체계 정보 받고 센서로 한번 더 확인


이날 시연에서 달이는 경찰청이 제공한 실시간 신호 정보를 정확하게 인지해 최적 경로로 안전하게 횡단보도를 건넜다. 달이는 또 신호 정보 외에도 자체 탑재한 인공지능(AI) 비전 기술과 라이다 센서, 카메라를 같이 활용해 이동 안전성을 높였다.

현대차·기아는 교통신호 정보를 연동해 관제시스템을 운영하면 신호등의 점멸 순서와 대기 시간 등을 미리 계산해 최적의 경로를 로봇에 안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여러 대의 로봇도 관제시스템을 통해 동시에 문제없이 운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 관계자는 "정부와의 지속적 협력을 통해 누구나 안전하게 로봇 기술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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