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쌀값이 폭락하고 재고가 늘어나면서 농가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생산량을 조정하고 쌀 소비를 촉진해 올해 수확기 가격 방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9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이달 5일 기준 정곡 20㎏ 산지쌀값은 4만4,619원으로, 한 가마(80㎏)당 17만8,476원 수준이다. 1년 전 대비 7% 떨어진 가격이다. 수확기인 지난해 10~12월 한 가마당 평균 20만2,797원과 비교하면 12% 하락했다.
지난해 생산된 쌀이 팔리지 않아 재고로 쌓이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달 20일 집계한 농협, 민간 미곡종합처리장(RPC) 등의 쌀 재고량은 51만1,000톤이다. 전년 대비 80.7%(23만 톤), 평년 대비 48%(16만7,000톤) 각각 늘었다.
농가는 "정부가 쌀값 20만 원을 보장한다고 약속하더니, 하락을 방치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으로 구성된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 길'은 앞서 6일 서울역 인근에서 '쌀값 보장 농민대회'를 열어 대책을 촉구했다. 농가는 15만 톤 이상 매입을 요구했지만 정부가 올해 6월 5만 톤만 받아들인 데다, 매년 수입쌀 40만8,700톤을 들여오는 것을 가격 하락 원인으로 꼽고 있다.
농식품부는 쌀 생산량이 과하다는 입장이다. 통상 농협은 전체 생산량의 40% 중반대를 매입하는데, 지난해 그 비율이 54%까지 올라갔다. 수요가 줄어 매입한 쌀이 팔리지 않아 재고 부담이 커지자 저가 판매를 하게 된 점이 가격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수입쌀의 경우 가공용, 주정용이라 식탁용 쌀 시장에 영향이 크지 않다고 강조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70만8,000헥타르(㏊)이던 쌀 재배면적이 올해 68만3,000~68만9,000㏊로 감축돼 전년보다 생산량이 5만 톤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게 정부 예측이다. 농식품부는 또 그간 매입한 15만 톤에 더해, 10만 톤은 농협을 중심으로 '범국민 쌀 소비 촉진 운동'을 추진해 처분한다는 계획이다. 쌀 가공, 수출 등으로 일반 밥쌀 시장에서 재고를 격리해 처분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하지만 기존 대책의 되풀이 수준에 그쳐, 당장 수확기 가격 하락을 우려하는 농가를 달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수확기 대책도 시점을 당겨 9월 중 발표 예정"이라며 "지난해 생산된 쌀 재고가 올해 수확기 때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