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 신상을 무단으로 폭로한 유튜버 '전투토끼'가 경찰에 구속됐다.
8일 경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등 혐의로 유튜브 채널 '전투토끼' 운영자 30대 A씨를 구속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전날 창원지법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도주 우려를 이유로 A씨에 대해 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지난 6월부터 최근까지 유튜브에서 2004년에 일어난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 44명 중 일부의 신상을 공개했다. A씨는 당사자들 동의를 받지 않았다. 심지어 "피해자에게 사과하지 않으면 가족들 신상도 공개하겠다"며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을 협박하기도 했다.
A씨의 폭로는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실제 가해자로 지목된 직장인이 다니던 회사에서 퇴직 처리되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 커졌다. 밀양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조성되자 시는 지난 6월 25일 20년 전 사건에 대한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전투토끼의 폭로를 지켜본 일부 누리꾼들은 "정의 구현"이라며 지지를 보냈다. 반면 "제3자의 사적 제재는 부당하다"는 의견도 만만찮았다. 실제로 엉뚱한 사람이 가해자로 지목되는 등 2차 피해가 발생했다. 성폭행 사건 피해자 측도 가해자 신상 공개 등 관련 영상 삭제를 호소했다.
결국 가해자로 폭로된 사람 중 일부가 A씨를 고소했다. A씨에 대한 고소 및 진정은 모두 18건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가해자 신상 공개로 얻은 범죄수익을 환수할 방침이다. A씨의 폭로 영상은 수십 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현재는 관련 영상들이 삭제된 상태다.
전투토끼의 '사적 제재'가 일부 누리꾼의 환영을 받은 것은 사건 가해자들의 처벌 수위가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40여 명의 남학생이 여중생 1명을 1년간 집단 성폭행한 인면수심의 범죄에 대해 당시 검찰은 10명만 기소했다. 기소된 10명도 보호관찰 처분 등을 받는 데 그치면서 가해자 누구도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았다.
가해자 신상을 폭로한 유튜버는 전투토끼뿐만이 아니다. 현재 경남경찰청에 접수된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의 신상 공개에 관한 진정 및 고소, 고발은 모두 618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314명이 수사 대상으로, 경찰은 14명을 검찰에 송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