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인천 검단신도시의 '순살 아파트' 사태와 관련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들이 전관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고 함께 해외 골프 여행을 다녀오는 등 향응을 제공받은 사실이 감사원 감사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8일 공개한 'LH 전관 특혜 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LH는 자사 출신 임직원이 있는 업체에 대해 벌점을 부과하거나 품질 미흡 통보 조치를 하지 않는 등 감시감독을 소홀히 하면서, 그 대가로 상품권과 현금을 받거나 해외 골프 여행 접대를 받았다. 전관예우를 하는 동시에,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것이다. 감사원은 이를 토대로 관련자 24명에 대해 문책 또는 주의를 요구했고, 건축사무소 직원 3명과 LH 전·현직자 2명에 대해선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LH는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로 '순살 아파트'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인천 검단 소재 아파트를 포함, 102개 지구 아파트에 무량판구조 지하주차장 공법을 도입하면서 구조도면 비교 등을 통해 부실공사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2021년 3월 당시 LH 차장급 현장감독이었던 A씨는 전관 업체로부터 받은 상품권으로 명품 가방을 구매했다.
A씨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10차례에 걸쳐 현금 4,560만 원을 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해 입금하고도 구체적인 자금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 A씨는 같은 기간 LH 퇴직 2년 미만의 전관들과 베트남, 카자흐스탄 등으로 4회에 걸쳐 골프 여행을 하면서 부서장에게 신고하지 않았다. A씨는 감사원 감사가 시작되자 휴대폰을 파기해 증거를 인멸했고, 감사원은 LH에 A씨 파면을 요구하고, 대검찰청에 수사를 요청했다.
A씨뿐만이 아니다. 부산울산지역본부의 차장급 현장감독이었던 B씨, 대전충남지역본부 소속의 C씨와 D씨는 자신의 직무와 연관된 업체 소속의 전관 E씨로부터 연간 10차례 이상 골프 접대를 받았다. B씨는 지난해 6월 E씨와 일본 골프 여행을 다녀오고도 회사에 신고하지 않았다. 이들이 회원제 골프장 할인 혜택과 식사 등의 향응을 받은 액수는 각각 90만 원을 웃돌았다.
최병철 감사원 공공기관감사국 감사관은 "이번 감사는 사회적 관심이 크고, 국민 안전과 직결된 사인인 만큼 LH의 부실한 관리·감독과 전관 특혜·유착에 대해 엄정히 조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