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2세’ 회사를 지원하기 위해 레미콘 원자재를 비싸게 사주는 방법으로 부당 이익을 몰아준 삼표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위는 경영권 승계 목적이 있었다고 보고 100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 회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총수 2세가 최대주주인 에스피네이처를 부당하게 지원한 삼표산업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116억2,000만 원을 부과하고, 삼표산업을 고발한다고 8일 밝혔다. 삼표그룹의 핵심 계열회사인 삼표산업은 레미콘 제조에 필요한 '분체'를 에스피네이처로부터 고가에 구입했다. 분체는 일반시멘트의 대체재로 사용되는 물질로, 레미콘 제조원가 절감을 위해 사용된다.
공정위는 삼표의 에스피네이처에 대한 부당 지원이 총수 2세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으로 판단했다. 에스피네이처의 최대주주는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정대현 부회장이다. 삼표가 에스피네이처를 키워 삼표그룹의 모회사로 만들기 위해 부당 지원을 계획했다는 것이다. 실제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삼표산업은 2016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에스피네이처의 분체를 시세보다 4% 높은 가격으로 책정하고, 분체 전량을 에스피네이처로부터만 구매했다.
이 덕분에 에스피네이처는 약 4년 동안 74억9,600만 원의 추가 이윤을 얻었다. 연도별로 보면, 에스피네이처의 연간 영업이익의 5.1∼9.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삼표산업은 건설경기 부진으로 매출액과 수요가 모두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에스피네이처와의 거래조건을 유지했다.
유성욱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장은 “경영권 승계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삼표그룹 핵심 계열사가 총수 2세가 소유한 회사에 이익을 몰아줬다”며 “민생과 밀접한 건설 원자재 분야임에도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분체시장에서 장기간 은밀하게 이루어진 부당지원행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