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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잃은 지 10년 됐다. 사회 활동을 아예 멀리하고 집 안에 박혀 있다. 최근엔 애인을 친구에게 뺏겼다. 상실감에 음식을 탐하니 덩치는 산만 해졌다. 식구들이 좋게 볼 일은 없다. 천덕꾸러기 신세다. 특히 여동생과는 드잡이를 할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다. ‘루저’라 불러도 할 말이 없을 레잉(자링)은 어느 날 동생과 몸싸움을 하고선 홧김에 집을 나간다. 홀로서기가 의도치 않게 시작된다.
레잉은 식당에서 일하며 생활비를 번다. 그는 우연히 마주친 한 남자에게 눈길이 간다. 그를 만나기 위해 찾아간 곳은 권투체육관이다. 남자 하오쿤(레이자잉)은 권투 트레이너다. 권투에 대해선 진심인 듯한데 영업에는 영 '젬병'이다. 레잉은 그런 하오쿤에게 마음을 뺏긴다. 하오쿤 역시 레잉에게 마음이 있다. 우중충한 레잉의 삶에도 볕이 드는 걸까. 인생이 그렇게 단순하고 쉬울리가.
레잉은 인생 바닥이 더 아래에 있다는 걸 실감한다. 절망의 끝에서 그는 권투를 발견한다. 글러브를 끼고 새로운 반전을 노린다. 레잉은 과연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까.
레잉은 권투를 제대로 배우기 시작한다. 목표는 하나다. 링에 올라 꼭 한 번 이겨 보는 것. 단순하나 쉽지 않다. 서른 넘은 이에게 선수의 자리가 있을 리 없다. 레잉은 감량과 더불어 훈련을 지속한다. 그의 몸무게가 줄어들면서 인생의 번뇌가 떨어져 나간다.
레잉의 변화는 경이롭다. 100㎏은 될 듯한 체중을 50㎏ 정도 줄인다. 레잉이 풋워크를 하고 펀치를 허공에 날릴 때 조금씩 줄어드는 몸이 화면 중심을 차지한다. 컴퓨터그래픽(CG)이나 특수분장에 의한 눈속임은 아니다. 안단테로 전개되던 이야기는 알레그로로 날렵하게 전진한다. 레잉의 삶은 빠르게 바뀌어 나간다. 최선을 다한 결과일까. 레잉에게 출전의 기회가 열리기도 한다.
영화의 전반부는 코미디와 멜로가 섞여 있다. 레잉이 하오쿤을 처음 만나는 장면이 특히 웃음을 부른다. 후반부는 극적이다. 레잉의 신체에 일어난 변화가 놀랍기도 하나 승리를 향한 레잉의 절규가 마음을 흔든다.
레잉은 직장을 잃은 후 가족에게 의존한다. 집을 떠난 후에는 남자에게서 희망을 찾는다. 하지만 레잉의 삶을 구해줄 이는 오직 자신뿐이다. 영화의 원제는 ‘욜로(Yolo)’다 ‘You Only Live Once(당신은 단 한 번 산다)’의 약자다. 인생은 한 번뿐이다. 자기의 삶을 충실하고도 행복하게 살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레잉의 깨달음이자 영화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