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앞선 전망보다 소폭 낮췄다. 1분기 이례적으로 높았던 성장세가 내수 부진 장기화에 따라 조정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미약한 내수의 가장 큰 장애물로 고금리를 지목하며 재차 선제적 금리인하를 주장했다.
KDI는 8일 '경제전망 수정'을 통해 "세계 경제의 완만한 성장과 반도체 경기에 힘입어 수출 증가세는 확대되겠으나, 내수는 미약한 수준에 그쳐 경기 회복이 다소 지연될 것"이라며 연간 성장률을 2.5%로 예상, 직전 전망(5월)보다 0.1%포인트 낮췄다. 내년 성장률은 2.1%로 유지했다.
앞서 2월 올해 성장률을 2.2%로 예측한 KDI는 수출 회복세와 1분기 국내총생산(GDP) 1.3% 깜짝 성장에 따라 5월 2.6%로 높였다. 그러나 2분기 GDP가 전기 대비 0.2% 역성장하면서 전망을 수정했다. 정부·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예측치 2.6% 보다 낮고, 한국은행·국제통화기금(IMF)·아시아개발은행(ADB)과는 동일한 수치다.
성장세 둔화의 원인은 내수에 있다. 민간소비(1.5%)는 앞선 전망치 대비 0.3%포인트 하향했다. 반도체 호조세가 투자로 이어지지 못해 설비투자(0.4%)는 무려 1.8%포인트 낮아졌다. 다만 건설투자(-0.4%)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파급력이 제한적인 점을 고려해 감소폭을 1%포인트 줄였다.
내수 파급 효과로 물가와 취업자 수 전망도 낮아졌다. 연간 물가 상승률은 2.4%, 취업자 수는 20만 명 증가할 것으로 예측돼 직전 전망보다 각각 0.2%포인트, 4만 명 줄었다. 반면, 반도체 수출 개선에 경상수지는 770억 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5월 예측치보다 흑자폭을 67억 달러 키웠다.
내수가 부진한 주원인으로 고금리를 꼽았다. 물가 상승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고금리가 장기화하면 누적된 대규모 민간부채 영향과 함께 가계 소비·기업 투자 여력이 제약돼 내수 회복이 지체될 것이라는 게 KDI 시각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정책을 우선 도입해 가계 부채, 부동산 가격 안정을 도모하면 언제 기준금리를 조정해도 국내 경제 상황과 어긋나지 않는다"며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충분히 (금리인하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정 지출을 통한 내수 부양은 경계했다.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한 전 국민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법' 관련, 정 실장은 "실제 집행되면 성장률이 0.1%포인트 정도 상향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면서도 "(금리인하로) 내수 회복 기반이 갖춰진다면 이미 재정 지출이 많은 상황에 추가 재정 지출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대외적으론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이 확대돼 국제유가가 급등하거나, 중국이나 미국의 경기가 급락할 경우 한국 경제 회복세가 더욱 지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 대선 이후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돼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