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남서부 접경지역인 쿠르스크주(州)에 지상 공격을 단행했다고 러시아 정부가 밝혔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 본토에서 벌어진 최대 규모 전투다. 자국 전선에서 수세에 몰린 우크라이나가 '공격을 통한 반전'을 노린 것이라는 해석과 함께, 그럼에도 전황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러 국방부는 이날 우크라이나군이 전날부터 병력 최소 300명과 전차 및 장갑차 30대를 동원해 쿠르스크 지역을 침공했다고 밝혔다. 알렉세이 스미르노프 쿠르스크 주지사 대행도 전투 사실을 확인하며 민간인 5명이 사망하고 24명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정부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정권이 또 다른 대규모 도발을 감행했다"며 쿠르스크 전투 상황을 공개 언급했다.
개전 이래 우크라이나 지상군이 러시아 본토를 공격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우크라이나는 그간 러시아 점령지나 영토를 공격하기는 했으나, 무인기(드론)이나 서방 지원 장거리 미사일 타격 등 공습 수단을 활용했다. 지난해 5월 쿠르스크를 공격할 때도 우크라이나군의 직접 침공이 아닌 러시아 반(反)정부 무장 단체를 지원하는 형식이었다. 로이터는"쿠르스크 전투는 개전 이래 러시아 영토에 대한 가장 큰 규모 침공"이라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는 수세에 몰린 전황을 뒤집기 위해 이 같은 공세를 피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자국 내 격전지에 배치된 러시아군 일부가 후방으로 철수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전선을 러시아 본토까지 확장하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군사 전문가들은 이 공격이 '최전선의 압력을 완화하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한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3개월(5~8월) 영토 약 592㎢를 러시아군에 빼앗겼다는 군사연구단체(블랙버드그룹) 분석이 나오는 등 패퇴를 거듭하고 있다.
다만 이날 공격이 되레 병력만 잃는 패착이 되리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러시아가 이미 국경 지역에 충분한 규모의 병력을 배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러시아 국방부는 "이번 전투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병력 최대 260명과 전차 7대 등 군사 장비 총 50기를 잃었다"며 공격을 사실상 격퇴했다고 주장했다. 쿠르스크와 러시아 접경 지역을 공습하려던 드론 11기도 파괴했다고 러시아 정부는 덧붙였다.
롭 리 미국 외교정책연구소(FPRI) 선임연구원은 NYT에 "러시아는 이미 쿠르크스 지역에 (우크라이나군보다) 더 많은 병력과 재래식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이번 작전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병력을 철수시킬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공격 관련 논평을 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