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백 날렸다"... 증시 폭락 여파 '미국 주식 거래 먹통' 논란으로

입력
2024.08.07 19:00
미국 거래소, 주간거래 체결 취소
일부 사후 조치 늦어져 거래 묶여
투자자 "제때 못 팔았다" 배상 요구
금감원 "조만간 사실관계 파악"

5일 아시아 증시 대폭락 파장이 '미국 주식 거래 먹통'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 대체거래소(ATS)가 일방적으로 주간거래 체결을 취소한 후 국내 증권사의 사후 조치가 늦어지면서 계좌가 묶인 투자자들이 "미국 정규장 하락에 제때 대응할 수 없었다"는 민원을 증권사와 금융당국에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KB·NH투자·삼성증권 등 주간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19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조만간 사실관계 파악에 나선다. 금감원은 약 9만 개 계좌에서 나온 6,300억 원어치 주문이 취소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주문 취소액 모두 투자자 계좌로 환원된 상태다.

주간거래 서비스는 미국장이 종료된 한국 낮시간에도 미국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서비스다. 투자자가 지정가로 주문을 넣으면 유동성 공급자(LP)가 해당 주문을 받아 체결된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거래할 수 있어 편리하지만, 유동성이 적어 주문이 제대로 체결되지 않을 위험도 있다.

문제는 국내 증권사들과 주간거래 서비스를 계약한 ATS '블루오션'이 5일 오후 2시 45분 이후 체결된 주문을 취소한다고 당일 오후 4시 이후 통보하면서 발생했다. 당시 한국 코스피(-8.77%), 일본 닛케이225(-12.4%)가 폭락하자, 미국장까지 연쇄 폭락을 예상한 아시아 투자자 매도 주문이 쇄도, 처리한도 폭증으로 블루오션 거래시스템 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금감원은 파악하고 있다.

내 증권사들은 오후 2시 45분 이후 체결 건에 대해 건건이 차례대로 취소 조치를 취했다. 주문이 체결된 것으로 오인하지 않도록 전산상 기재를 바로 잡았다는 얘기다. 투자자가 매도 주문이 체결돼 돈이 입금됐다고 착각한 상태에서 새로 주식을 매수하면 미수금이 발생할 수 있고, 반대로 매수 주문이 체결됐다고 착각한 채 주식을 매도하면 의도치 않게 공매도를 한 셈이 돼서다. 그동안 고객의 신규 주문은 막았다.

이 때문에 오후 5시 문을 여는 프리마켓(개장 직전 거래시장)이 지연 개장됐다. 심지어 일부 계좌는 취소 조치가 늦어지면서 정규장 거래가 시작된 오후 10시 30분 이후에도 거래를 할 수 없었다. 개장 직후 엔비디아가 14% 이상 하락하는 등 변동성이 극심한 상태여서 "증권사 때문에 몇백(만 원) 날렸다"는 등 투자자 항의가 거셌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배상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외부 상황에 의해 부득이하게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배상은 어렵다. 다만 고객별로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 내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국 방침에 따라야 할 것"이라며 "'업계 쥐어짜기'가 아니라 소송인단을 꾸려 국제 소송 절차를 지원하는 등의 합리적 결정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까지 금감원에 접수된 민원은 총 109건이다. 금감원은 "현지 대체거래시스템의 오류로 인한 일방적 거래 취소가 발생해 국내 증권사의 귀책을 단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나, 자율 조정을 우선 추진하는 등 투자자 불만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블루오션 결정에 따라, 증권사들은 이날부터 상장지수펀드(ETF) 29종의 거래를 재개했다. 하지만 시장 변동성이 커 전면 재개 시점은 가늠하기 어렵다는 게 증권가 견해다.

윤주영 기자
강유빈 기자
안하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