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HD현대 회장이 계열사 사장들을 급히 불러 모아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며 "경영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그룹의 주력 사업인 조선업은 ‘슈퍼 사이클’ 전환에 따른 호황기를 맞고 있지만 최근 글로벌 경영 환경이 빠르게 바뀌면서 그룹 내 건설기계·정유·전력기기 등은 그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HD현대는 권 회장이 7일 긴급 사장단 회의를 열어 “미국 경기 침체 우려에 중동 불안까지 금융⋅외환 시장 변동이 심상치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이번 회의는 인공지능(AI)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의 거품 논란, ‘엔 캐리 트레이드’(일본에서 저금리로 돈을 빌려 외국의 고수익 자산에 투자) 청산 여파 등에 따른 리스크(위험)를 살피고 대책을 찾기 위해 마련됐다는 설명이다.
사장단은 제조업과 수출 중심인 HD현대의 사업 구조상 글로벌 경기 변동에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중동 문제는 건설기계에, 빅테크기업 거품 논란은 변압기 등 전력기기 사업에 영향이 크다. 정유업의 경우 중국의 과잉 생산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고 그룹은 보고 있다. 미국 경기 침체는 물류와 연관이 있어 장기적으로 조선업에도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권 회장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 기본 역량 강화로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우리의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일수록 리더들의 역할과 판단이 더욱 중요하다"며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각 사 대표들의 진심 어린 책임감이 불확실성 극복의 첫 단추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는 권 회장과 정기선 부회장을 비롯해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HD현대오일뱅크 등 주요 15개 계열사 사장단 20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