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분기별 매출이 올해 2분기(4~6월)에 처음 10조 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쿠팡은 2010년 창립 이후 이어진 '계획된 적자'를 마치고 흑자로 올라선 지 8개 분기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2분기 실적을 깎은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을 제외하더라도 쿠팡의 파죽지세는 약해졌다. 이에 쿠팡은 유료 회원 요금을 높이면서 반등의 기회를 찾고 있다.
미국 증시 상장사인 쿠팡은 2분기 매출이 10조357억 원(73억2,300만 달러)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증가했다고 7일 밝혔다. 분기별 매출이 10조 원을 넘은 건 처음이다. 올해 1월 인수한 명품 플랫폼 파페치 매출 6,034억 원을 빼면 쿠팡 매출은 9조4,053억 원으로 전년보다 23% 늘었다.
매출이 호실적을 기록한 반면 영업손실은 342억 원으로 집계됐다. 몸집은 커졌지만 실속을 차리지 못한 셈이다. 쿠팡은 2022년 3분기에 창립 이래 처음 영업이익(1,037억 원)을 낸 이후 올해 1분기까지 7개 분기 연속 흑자 경영을 하다가 적자로 전환했다.
상반기 매출, 영업이익은 각각 19조4,862억 원, 189억 원으로 나타났다. 현재 속도대로라면 올해 연간 매출은 지난해 31조8,298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40조 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반면 연간 영업이익은 지난해 6,174억 원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 쿠팡이 연간 기준 영업이익을 올린 건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쿠팡은 적자 이유로 공정위 과징금, 파페치 영업 손실을 들었다. 공정위가 자체브랜드(PB) 상품 '검색순위 조작' 혐의로 부과할 과징금 1,630억 원이 이익을 떨어뜨리는 판매 관리비에 들어갔다. 파페치는 인수 후 인력 구조조정에 따른 특별 퇴직금 지급으로 비용을 많이 쓴 게 손실을 키웠다.
신사업 성적은 쿠팡 특유의 성장 전략인 계획된 적자가 반영된 모습이다. 파페치를 제외한 쿠팡이츠·대만 등 신사업 매출은 5,920억 원으로 188% 뛰면서 빠르게 확장했다. 동시에 2분기 에비타(이자·세금·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손실은 2,323억 원이었다. 무료 배달, 물류센터 건립 등 투자를 늘리면서 실적은 아직 부진한 쿠팡이츠, 대만 사업이 언제 흑자 궤도에 올라설지 주목된다.
일회성 요인인 공정위 과징금을 제거하더라도 2분기 쿠팡 실적은 아쉽다. 지난해 2분기에 거둔 영업이익 1,940억 원을 밑돌 수 있어서다. 올해 1분기에도 쿠팡 영업이익은 531억 원으로 전년 1,362억 원 대비 61% 감소했다. 쿠팡은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 확대로 영업이익이 줄었다는 입장이다.
쿠팡이 이날부터 단행한 유료 회원 요금 인상이 실적을 회복시킬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지난해 말 기준 1,400만 명인 쿠팡 유료 회원 월 요금은 4,990원에서 7,890원으로 2,900원 오른다. 쿠팡이 이 회원 규모를 유지하면 올해 연말까지 약 2,000억 원의 추가 이익을 챙길 수 있다.
쿠팡이 이날 전체 사업 비중의 10% 미만인 마켓플레이스 부문 성장을 강조한 점도 눈에 띈다. 쿠팡은 본사가 직접 상품을 구매해 판매하는 직매입과 오픈마켓인 마켓플레이스가 혼합된 형태다. 오픈마켓 사업자인 티몬·위메프가 판매자 정산금 미지급, 소비자 환불 대란을 일으킨 것과 달리 쿠팡 사업은 안정적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사업을 더욱 확장할 뜻을 내비쳤다. 그는 "전체 5,600억 달러 규모의 고도로 세분화된 커머스 시장에서 쿠팡 점유율은 매우 작고 여정의 초기 단계에 있다"며 "미래 성장 기회가 무궁무진하며 아직도 개발되지 않은 부분이 상당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