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發)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증시 폭락 사태로 미국 내에서 '기준금리 인하' 논쟁이 불붙었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달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최소 0.5%포인트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긴급 금리 인하'까지 필요한 상황이라는 급진적 주장도 제기된다. 연준 인사들은 시장의 '과잉 반응'을 경계하며 "데이터를 지켜보겠다"며 신중 모드를 취하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인 폴 크루그먼은 5일(현지시간) 칼럼에서 "미국은 아마도 경기 침체에 빠진 것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지금은 확실히 침체 직전"이라고 진단했다. 전날 아시아 증시를 패닉에 빠뜨린 미국 경기 침체 우려는 다소 과장됐으나, 기준금리 인하 조치가 시급하다는 얘기였다.
크루그먼은 연준이 9월에 '빅컷'(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준이 지난달 3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정책 금리를 현재 수준인 5.25~5.5%로 동결한 것은 '실수'였다며 "내달 17, 18일 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상당히, 아마 0.5%포인트 내려야 한다"고 썼다. 금리를 0.25%포인트씩 조정하는 통상의 방법은 안 된다고도 했다.
심지어 연준이 9월 FOMC 회의 전, 긴급 회의를 소집해 금리를 대폭 인하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월가 증시강세론자인 제레미 시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가 대표적이다. 시겔 교수는 이날 미 CNBC방송 인터뷰에서 연준이 조기 긴급 조치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하(자이언트컷)하고, 내달 FOMC 회의에서 또다시 0.75%포인트를 내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러한 주장은 현 경제 상황이 코로나19 팬데믹 시절에 준할 정도로 위태롭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마지막 긴급 금리 인하 조치는 코로나19 유행 초기인 2020년 3월이었다. 당시 연준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낮췄다. 시겔 교수는 "(지금은) 연준이 관람석에 앉아 있다"고 꼬집었다.
다만 긴급 조치를 두고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캠벨 하비 듀크대 교수는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조기 금리 인하 발표는 연준이 시장 상황을 실제보다 훨씬 더 나쁘다고 믿는다는 (부정적) 신호를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의 '긴급 금리 인하 검토' 신호만으로도 시장은 공황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였다.
연준 인사들도 부정적이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NYT에 "(과장된 우려가 아니라) 경제의 실제 측면을 지켜봐야 한다"며 "연준 임무에는 '주식 시장을 편안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증시 폭락 이유만으로 통화 정책을 조정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도 "다음 회의(9월 FOMC)까지 더 많은 정보가 나올 것"이라며 긴급 금리 인하 주장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