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아파트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전례 없어"

입력
2024.08.06 17:30
인천시·서구·정치권, 특별재난지역 선포 요구
행안부 "사망자 없는 사회재난 선포 사례 없어"

인천시와 서구, 지역 정치권이 전기차 화재로 큰 피해를 입은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단지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정부는 "사망자가 없는 사회재난 발생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전례가 없다"며 부정적이다.

인천시는 6일 전기차 화재 피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달라고 행정안전부에 공식 건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전날 인천 서구와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도 피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줄 것을 정부와 인천시에 요청했다. 이용우(인천 서구을) 민주당 의원은 "수백 명의 이재민이 학교 체육관이나 행정복지센터 강당을 떠돌고 있다"며 "한시라도 빠른 일상 회복을 위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줄 것을 행안부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특별재난지역은 통상 지방자치단체장이 요청하면 31개 부처 위원으로 구성된 중앙안전관리위원회 심의 후 대통령 재가를 거쳐 선포된다. 특별재난지역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복구비의 일부를 국고 지원받아 지자체는 재정 부담을 덜고, 피해 주민은 국세·지방세, 건강·연금보험료, 통신·전기요금 등의 경감 또는 납부유예 혜택을 받는다.

사회재난 선포 사례는 12건 불과... 모두 사망자 발생

그러나 소관부처인 행안부는 난색을 표했다. 인명·재산 피해 정도, 관할 지자체의 재정 능력 등을 감안할 때 재난 수습이 곤란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사망자가 없는 사회재난 발생지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전례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올해 1월 충남 서천시장 화재와 2016년 11월 대구 서문시장 화재 때도 요청이 있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화재·붕괴 등의 사회재난으로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된 경우는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 방화 △양양 산불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 유출 △세월호 침몰 △코로나19 △이태원 압사 등 12건에 불과하고, 모두 사망자가 발생했다.

한편 지난 1일 오전 6시 15분쯤 청라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아파트 주민 22명과 소방관 1명이 다쳤다. 또 차량 72대가 모두 불에 탔고, 70여 대는 열손과 그을림 피해를 입었다. 배관과 전선도 녹아내려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 전체에 수도 공급이 끊기고, 5개 동 477가구가 정전돼 이날 오전 기준 264가구 822명이 임시 대피소 10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화재 복구와 아파트에 대한 정밀안전진단과, 유입된 매연재 청소 등에는 수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발화점으로 지목된 전기차에서 배터리팩을 떼내 정밀 감정을 하는 등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해당 전기차는 지난달 29일 오후 7시 16분쯤 주차된 이후 운행이나 충전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환직 기자
정민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