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메달 따왔어요" 허미미, 독립운동가 허석 추모비부터 방문

입력
2024.08.0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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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후 은·동메달 들고 대구행 
"다음엔 금메달 딸게요" 각오

"귀국하면 제일 먼저 여기에 와서 메달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여자 57㎏급에서 은메달, 혼성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따낸 허미미가 6일 오전 대구 군위군 삼국유사면 화수리에 있는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의 추모기적비를 방문했다. 허미미는 허석 선생의 5대손이다. 전날 귀국한 허미미는 한국에서의 첫 일정으로 현조(玄祖) 할아버지를 찾았다.

허미미는 "열심히 했지만 아쉽게 은메달이었다. 그래도 메달을 가지고 올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할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어떤 말씀을 해줬을 거 같으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정말 기뻐해 주셨을 것 같다"며 웃었다. 추모비에 은메달과 동메달을 내려놓은 허미미는 "다음엔 금메달을 따오겠습니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허미미는 '할아버지가 독립운동가라는 걸 알게 됐을 때와 태극마크를 달고 메달을 땄을 때 기분이 어땠나'라는 질문에 "처음엔 부담감이 있었는데 지금은 한국 대표로 시합을 나가는 것이 정말 행복하다"고 답했다.

허미미는 2002년 일본 도쿄에서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재일 교포 출신이다. 허미미가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하기를 바랐던 할머니가 2021년 세상을 떠나면서, 귀화를 선택했다. 이듬해 생애 첫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고, 곧장 한국 유도계 '신성'으로 떠올랐다.

허미미가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 밝혀질 수 있었던 것은 경북체육회의 노력 덕분이었다. 김정훈 경북체육회 감독이 허미미를 체육회 선수로 등록하기 위해 본적지를 방문하는 과정에서 허미미가 허석 선생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허석 선생은 일제강점기였던 1918년 경북 지역에 일본을 비판하는 격문을 붙이다 체포돼 옥고를 치렀다. 1991년 건국훈장 애국장에 추서됐다.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