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양육 대책의 일환으로 9월부터 서울에서 시행되는 '외국인 가사관리 시범사업'에 참여할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6일 입국했다. 다만 이들의 업무 범위, 특히 가사노동 수행 범위를 두고 양국이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사업 시행 전에 명확히 정리하지 않으면 가사관리사와 고용 가정 간, 나아가 양국 간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날 입국한 가사관리사 100명은 4주간 한국 적응, 보건 교육 등을 받고 다음 달 3일부터 6개월간 국내 가정으로 출퇴근하며 일한다. 전일(8시간)이 아닌 4시간만 이용하는 가정도 있기 때문에 총 200~300가정이 이용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들의 업무 범위 규정이 다소 모호하다는 점이다. 지난달 공개된 양국의 '가사관리사 채용 시범사업 실행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가사관리사는 '아동이나 임신부를 위해 목욕·청소·식사 수발 등 아동의 개인적 니즈(수요)에 따라 합당한 가사서비스', 즉 아이 돌봄 관련 일을 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직무설명서에 명시된 업무를 넘지 않는 한 동거 가족을 위해 '부수적이며 가벼운 가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조항이 추가돼 있어, 고용 가정이 이들에게 청소나 세탁 등 가사노동을 얼마나 요구할 수 있는지 해석의 여지가 있는 상황이다.
양국 정부부터가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레빈슨 알칸타라 필리핀 이주노동부 차관보는 국내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가 파견한 인력은 가사도우미(헬퍼·helper)가 아니라 숙련된 돌봄 제공자(케어 기버·care giver)"라며 "아이 옷 입히기, 목욕, 아이 음식 장만과 같은 돌봄뿐 아니라 다른 집안일도 요구받을 수는 있지만 그 역시 아이 관련 일일 때만 수행 가능하다"고 했다. 반면 국내 안내문엔 '설거지는 아이 식기뿐 아니라 어른이 먹은 것도 부탁할 수 있다'거나 '하루 6시간 이상 이용할 경우엔 청소기나 마대 걸레로 바닥 청소, 욕실 물청소 등도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업무 범위에 대한 혼란이 지속되자 고용부는 "업무를 최대한 표준화해 가사관리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그럼에도 이견이 생기는 부분은 사업 중개 기관이 접수해 해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