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반독점 소송 패소... "불법행위 동원해 검색 지배력 유지"

입력
2024.08.0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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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검색 기본 탑재로 시장 독점"
법무부 "미 국민의 역사적인 승리"

구글이 미국 법무부가 제기한 반독점 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검색 엔진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구글이 애플 등에 거액을 지불하고 자사 검색 엔진을 기본 탑재시키는 것과 같은 불법 행위를 저질러 왔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구글, 불법적으로 광고 시장 지배"

미국 워싱턴연방법원 아미트 메흐타 판사는 5일(현지시간) 미 법무부가 구글을 상대로 낸 이른바 '구글 검색 반독점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2020년 10월 법무부가 소송을 제기한 지 3년 10개월 만이다.

법무부는 구글이 애플 등에 거액을 지급하는 수법으로 자사 검색 엔진을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시켰고, 이를 통해 경쟁과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아이폰 기본 탑재를 위해 2021년에만 애플에 200억 달러를 건넸다고 구글 내부 문서를 인용해 폭로했다.

메흐타 판사는 "구글이 (애플 등에) 지불한 260억 달러는 다른 경쟁업체가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며 "이를 통해 (구글은) 텍스트 광고에서 지배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텍스트 광고는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되는 것으로, 이용자를 특정 웹사이트에 접속하도록 유도한다. 구글이 불법적으로 검색 시장에서 90% 이상의 높은 점유율을 지켰고, 이를 바탕으로 검색 엔진 업체들의 주 수입원인 텍스트 광고에서도 압도적 매출을 올려 왔다는 게 재판부 판단인 셈이다.

법원은 구글에 대한 구체적 처벌 수위 등에 대해선 추후 재판을 통해 확정하겠다고 덧붙였다. 테크업계에서는 법원이 돈을 주고 검색 엔진을 기본 탑재시키는 것 자체를 막거나, 비용 지급 방식 또는 시기를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미국 정부, 빅테크 상대 첫 반독점 소송서 판정승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은 이번 판결에 대해 "미국 국민의 역사적 승리"라며 "아무리 규모가 크거나 영향력이 크더라도 법 위에 있는 회사는 없다"고 밝혔다. 구글은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뉴욕타임스(NYT)는 "구글의 항소는 (법무부와의) 합의 또는 법원의 확정 판결을 통해 사건이 최종적으로 해결될 때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1심 판결만으로도 구글의 사업 방식에 근본적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게 NYT의 전망이다. 법무부는 구글이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불법적으로 지배력을 남용, 공정한 경쟁을 해치고 있다며 또 다른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30% 안팎의 수수료를 거둬 가는 구글의 애플리케이션(앱) 장터 운영 방식에 반독점법 위반 소지가 없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국내외 경쟁 당국으로부터 강한 견제를 받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구글이 자진해서 사업 관행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번 사안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주요 빅테크를 겨냥해 제기한 첫 반독점 소송이다. 법원이 원고인 연방정부 손을 들어줬다는 것은 앞으로 이어질 다른 반독점 소송에서도 유사한 결론이 나올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무부는 지난 3월 애플을 반독점법 위반으로 제소했고, 연방거래위원회도 메타와 아마존 등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냈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김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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