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지원 가능한 동아리서 이런 일이"… 명문대 '마약 동아리'에 대학가 발칵

입력
2024.08.0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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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출신 포함된 '마약 동아리' 적발
해외 경험·SNS 사용으로 마약 투약↑
대학 차원 예방 교육에도 한계 뚜렷
"국가가 나서 마약 예방 집중해야"

"마약이 퍼져 있는 건 알았지만,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연합동아리에서까지 이런 일이 있을 줄은…."(연세대 재학생 A씨)

"과거 가입할 동아리를 둘러보다 그 동아리를 봤는데… 대학생들이 너무 쉽게 마약을 접하게 된 것 같아요."(서울대 재학생 권모씨)

6일 대학생들은 수도권 대학 연합동아리에서 만나 마약을 투약·유통한 대학생들이 전날 검찰에 대거 적발됐다는 소식에 놀란 듯했다. 대학가도 발칵 뒤집혔다. 음지의 일로 여겨졌던 마약이 대학생들의 모임, 특히 수도권 명문대에까지 퍼졌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피의자들의 소속 학교로 지목된 서울대와 카이스트, 고려대 등은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조치 사항을 검토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20대 마약류 사범 급증 "경각심 줄어"

대학가에 마약이 침투한 건 비단 최근의 일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홍익대와 건국대, 가천대 등에선 "영감이 필요한가? 혁신적인 '액상 대마'를 준비했다. 완전히 합법"이라며 마약을 홍보하는 내용의 전단이 살포된 적이 있다. 전단을 뿌린 남성은 신종 액상 대마를 유통한 일당과 공범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대의 마약 소비 폭증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대 마약류 사범은 2019년 3,521명에서 지난해 8,368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또한 지난해 20대 마약류 사범 비중은 전체 연령대 가운데 30.3%로 가장 높았다. 직업별로 보면 초·중·고·대학생을 모두 포함한 학생 마약류 사범이 2019년 241명에서 지난해 1,347명으로 급증하기도 했다.

마약에 대한 경각심이 덜한 탓에 마약 판매상들의 주요 표적이 되고, 이들이 다수 모인 대학에서도 확산될 수밖에 없는 구조란 지적이다. 윤흥희 남서울대 국제대학원 글로벌중독재활상담학과 교수는 "해외를 방문한 대학생들이 대마초 같은 경미한 마약을 접한 뒤 중독성 높은 약물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쉽게 정보를 접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짚었다.

OT 교육, 예방 단체와 협업하지만…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대학들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서울대는 매년 신입생을 대상으로 오리엔테이션, 축제 기간 등을 이용해 알코올, 마약 등 중독의 위험성을 알리는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카이스트도 지난해 2월 대전 유성경찰서와 함께 외국인 유학생 2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예방 교육을 실시했고, 고려대도 전문 강사를 초빙해 마약류 사용 예방과 대처에 대한 세미나를 열었다. 마약 예방 단체인 '대학을 위한 마약 및 중독 예방센터(DAPCOC)'는 중앙대 등 대학 축제에서 부스를 운영하며 '마약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도 학생들이 대거 연루된 이번 사건이 터지자 대학들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모 국립대 관계자는 "예방 관련 대안을 재정비하려 한다"고 전했다.

다만 마약의 중독성과 확산력을 고려하면, 일부 대학과 개별 단체들의 노력만으로는 근절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마약퇴치연구소장인 이범진 아주대 약학대학 교수는 "학교라는 성역에서 마약이 유통됐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과거 정부는 마약에 대한 단속에만 집중했지 예방과 치료, 재활은 등한시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마약 교육을 위한 콘텐츠 생산, 강사 교육 등에 예산을 적극적으로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