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산 자동차에 무거운 관세를 매겨 미국 내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확인했다. 대선 승패를 좌우할 경합주(州) 중 한 곳인 미시간주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해서다. 그러나 공화당 지도부는 소비자 물가를 올릴 게 뻔하고 공화당이 표방해 온 자유 무역과 멀어지는 ‘관세 만능론’을 걱정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11월 대선에서 이길 경우) 취임 뒤 100일 이내에 중국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관세를 통해 우리는 지금까지 가졌던 것보다 더 많은 자동차 관련 일자리를 갖게 되고 자동차 산업도 되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산 제품 대상 60% 이상 고율 관세 부과는 그가 누차 밝혀 온 입장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지금 큰 자동차 공장이 멕시코에 지어지고 있다”며 “우리는 (그 공장에서 만들어져 미국에) 수입되는 차량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예전에 생산했던 것보다 더 많은 자동차를 미국에서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자동차 산업 비중이 큰 미시간주 유권자 표심을 의식한 발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를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미시간은 내게 승리를 안겨 줄 것”이라며 “(내가 당선되면) 그들(외국 기업)은 미국에서 공장을 건설해야 하고, 미국 노동자를 고용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사랑’은 ‘표적 관세’에 그치지 않는다. 모든 수입 제품에 10% ‘보편 관세’를 물린다는 게 그의 공약이다. 하지만 공화당 의회 내 다수가 지지하는 정책은 아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이날 차기 연방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로 유력한 의원 두 명이 보편 관세 공약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11월 사임하는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 후임에 가장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 존 슌 상원 원내부대표는 “정책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개별적으로 관세를 사용할 수는 있으나 전면적인 보편 관세는 내가 지지하던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상원 원내대표 경쟁에 가세한 존 코닌 상원의원도 “관세는 결국 소비자들에게 더 높은 가격을 부과하는 결과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두 사람의 이구동성은 부정적 당내 여론의 방증이라고 액시오스는 분석했다.
JD 밴스 상원의원의 부통령 후보 지명도 알력을 예고하는 신호일 수 있다는 게 액시오스의 해석이다. 공화당을 전통적 자유 무역 정책에서 더 멀어지게 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밴스 의원은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정부는 모든 분야의 미국 산업을 경쟁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며 “보편 관세 도입을 지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