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논산은 척박하다. ‘논산’ 하면 육군훈련소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탓이다. 청춘들에게 이별 아닌 이별을 처음으로 안긴 곳, 5주간의 강렬한 훈련소 기억은 ‘논산=다시 가고 싶지 않은 곳’으로 고착한다. 그 영향 탓일까. 땅은 비옥해 딸기를 비롯한 각종 산물을 넉넉하게 생산해 전국에 공급하지만 발붙이고 사는 인구는 매년 200~300명씩 감소 중이다.
지진호 논산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는 “그럼에도 육군훈련소는 논산만 갖고 있는 시설이고, 그 주변으로 다양한 관광자원들이 포진하고 있다”며 “이를 잘 엮어내면 논산도 충분히 반전을 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논산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와 관광 진흥, 이를 통해 논산 소멸 위기 탈출을 지원하고 있는 지 대표를 20일 만났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출범,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렇다. 그래도 다양한 노력으로 논산 관광객이 지난해 100만 명에 육박하는 등 ‘훈련소 도시’에서 '관광도시'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전국에서 논산을 찾도록 하는 훈련소와 딸기를 중심으로 문화·여가 시설을 잘 꾸리면 관광객, 생활인구를 충분히 늘릴 수 있다.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지역경제에 활기가 붙으면 정착 인구도 늘어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역의 문화·관광 자원을 최대치로 활용하는 것이다. 문화 갈증을 해소해주지 못하면 지역경제 활성화는 요원하다.”
-논산시는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K-국방국가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육군훈련소를 품고 있는 지역인 만큼 충분히 가치가 있다. 산업단지는 분명 인구 유인에 효과를 낼 것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더 필요한 것은 문화와 즐길 거리다. 국내는 물론 세계 어느 도시를 봐도 문화예술, 관광산업 없이 인구를 늘리는 곳은 없다. K-국방국가산업단지의 성공적인 조성을 위해서도 문화예술과 관광사업을 성장시켜야 한다.”
-지역 대표 문화·관광 자원을 꼽으면.
“한때 ‘국내 최대’ 타이틀을 달았던 출렁다리의 탑정호, '미스터 션사인' 등의 영화 촬영지, 강경젓갈축제다. 특히 젓갈축제는 발효식품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 고조로 방문객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 30만 명이 다녀갔다. 논산 인구의 3배에 달하는 규모로, 전국 최우수 축제로 여러 차례 선정된 바 있다. 논산은 딸기의 본고장이다. 딸기 생산액이 연간 1,000억 원에 이른다. 이에 힘입어 논산딸기축제는 우리나라 대표 딸기 축제다. 올해 3월 21일부터 24일까지 4일 동안 45만 명의 관람객이 논산을 찾았다. 190억 원의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있었다. 백성현 시장은 2027년 국제딸기산업엑스포를 열기로 했다.”
-오래전부터 알려진 곳이고, 이들을 이용한 관광산업 성장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
“새로운 자원을 지속적으로 발굴, 개발하고 있다. 연산역 인근에 흉물로 방치돼 있던 창고를 ‘보물창고’로 바꾼 게 대표적이다. 문화예술 공연 공간으로 탈바꿈시켰고, 갤러리와 카페 물놀이 시설, 스마트팜과 로컬푸드 판매점을 얹어 논산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논산 관광산업에 대한 기여도는 어느 정도인가.
“지난 6월부터 지금까지 단 세 차례 행사를 치렀는데, 입소문을 타고 방문객이 점점 늘고 있다. 누적 관람객이 1만 명을 넘어섰다. 대전에서 열차를 타고 오거나 세종에서도 가족 단위로 찾는다. 지역 주민들도 신바람이 난다고 한다. 지난달 전주에서 열린 대한민국 문화예술·관광 박람회에서 우수사례로 뽑혔다."
-재단 출범 뒤 논산에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이제 4년 차에 접어든 걸음마 단계 기관이다. 그래도 재단 구성원들이 합심해서 올해 각종 공모사업을 따냈다. 현재까지 23건이다. 건수로만 치면 충청권에서 가장 많을 것이다. 공연 15건, 예술교육 5건, 문예진흥, 관광진흥, 관광축제 등 분야도 다양하다. 변화도 결국 작은 것에서 시작한다. 차질 없이 진행해 논산을 더 비옥하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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