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5초 차로 갈린 남자 육상 100m 金... 아시아가 못 넘보는 9.7초 벽

입력
2024.08.05 16:01
19면
美 노아 라일스, 육상 100m 우승
출발 느렸지만 뒷심으로 대역전
'9초9 벽'... 아시아 선수 결선 진출 실패
결선서 대부분 9초8대... 저력 과시


금메달과 은메달을 가른 것은 단 0.005초 차이였다.

미국의 노아 라일스가 100m를 9초784 만에 내달리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남자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2위와의 격차는 불과 0.005초였다. 여기에 결선 진출자 대부분은 아시아 선수들의 통곡의 벽인 9초9대보다 빠른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다시금 높은 세계의 벽을 견고히 했다.

라일스는 4일(현지시간)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육상 남자 100m 결선에서 9초784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초반부터 선두권이던 키셰인 톰프슨(자메이카)이 라일스와 동시에 들어온 것으로 보였으나, 1,000분의 1초 단위로 정밀 판독한 결과 톰프슨의 최종 기록은 9초789로 라일스보다 0.005초 느렸고 최종 2위를 기록했다. 3위는 9초81을 기록한 프레드 컬리(미국)가 차지했다.

라일스는 대역전극을 펼쳤다. 출발 반응 속도가 0.178초로 결선 진출자 중 가장 느렸지만, 그는 막판 10m를 앞두고 폭발적인 스퍼트를 내기 시작했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해냈다. 200m가 주 종목인 라일스가 뒷심을 제대로 발휘한 것이다. 이번 승리로 미국은 2004 아테네 올림픽 저스틴 개틀린 이후 20년 만에 금메달을 추가했다.

천재 스프린터 라일스는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기대주였다. 지난해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에서 3관왕을 차지하는 등 자신의 우상 우사인 볼트의 족적을 쫓아가고 있다. 그는 수많은 질병을 극복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그는 소아천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난독증 등으로 고생했고, 유명 선수가 된 이후에는 우울증 투병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라일스는 이번 대회에서 200m, 400m 계주, 1,600m 계주에 추가로 출전해 볼트(3관왕)의 기록에 도전한다.

아시아 선수들, 결선 진출 실패... 높은 세계의 벽

이번 결선에서는 아시아 선수들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육상 100m는 동양인이 범접할 수 없는 종목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9초9대 벽은 좀처럼 깨지지 않는 단단한 벽이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중국의 쑤빙톈이 9초83으로 처음으로 이 벽을 깨고 아시아신기록을 세우며 결선에 이름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쑤빙톈은 결선에서 9초98을 기록, 최종 6위를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사니 브라운 압둘 하키무(일본)와 푸리폴 본슨(태국)이 준결선까지는 진출했으나, 결선행은 좌절됐다. 특히 가나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혼혈 육상 선수 사니 브라운은 이날 9초96으로 자신의 최고 기록을 세웠지만, 결선 무대까지 가기엔 역부족이었다.

결선에 진출한 선수들은 보란 듯이 월드 클래스를 보여줬다. 8명의 진출자 중 7명이 9초8대로 결승선을 넘었고, 8위인 오블리크 세빌(자메이카)도 9초91로 10초를 넘지 않았다. 사니 브라운은 경기 후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명백히 부족했다. 개인 최고 기록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나는 아시아 기록을 세우기 위해 달려야 하며, 그러지 않으면 메달을 따지 못할 것이다. 개인적 기록이 아니라,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음 대회를 향한 의지를 불태웠다.

오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