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즈음에' 첫 올림픽 전훈영, 솔선수범 숨은 金 공신

입력
2024.08.04 17:18
2인 1실 숙소, 두 동생이 함께 쓰도록 배려
단체전 금메달로 파리 올림픽 마무리


서른이 넘어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은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 ‘맏언니’ 전훈영(인천시청)은 이번 대회 한국 여자 양궁의 금빛 행진의 숨은 공신으로 꼽힌다. 우여곡절 끝에 출전한 첫 올림픽 무대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한 전훈영은 2000년대생 동생 임시현(한국체대) 남수현(순천시청) 이 편안한 환경에서 대회를 치를 수 있도록 살뜰히 챙기며 성공적인 '꿈의 무대'를 마쳤다.

4일 대한양궁협회에 따르면 2014년 세계대학선수권대회 2관왕 이후 국제 대회 수상 이력이 없던 전훈영은 지난 4월 국가대표로 선발되며 첫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뤘다. 4년 전으로 예정됐던 2020 도쿄 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대회가 1년 미뤄지며 다시 치른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줬다. 그러곤 3년 뒤 파리 무대에 당당히 섰다.

1994년생 전훈영은 임시현, 남수현과 약 열 살 안팎의 차이가 났지만 언니로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을 내려놨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처음 올림픽 무대에 나서는 동생들 컨디션을 살피기 위해서였다. '2인 1실' 대표팀 숙소에서 여자 양궁 대표팀 세 명 가운데 한 명은 다른 종목 선수와 같은 방을 써야만 했지만 스스로 "탁구 선수와 방을 함께 쓰겠다"고 손을 든 사례가 대표적이다. "동생들이 편하게 지내면 나도 좋다"며 흔쾌히 낯선 환경을 자처한 것이다.


대회 현장에서도 맏언니 활약은 빛났다. 지난달 28일 중국과의 여자 단체 결승전에선 5차례나 10점을 쐈다. 특히 슛오프에서도 10점을 쏘면서 금메달 획득에 크게 기여했다. 2014년 이후 10년간 국제 무대와 인연이 없던 전훈영이 성인 무대에서 첫 금메달을 따낸 순간이었다. 전훈영은 개인전 4강에서 금메달리스트 임시현과 마지막 세트까지 가는 접전(4-6)을 벌이는 등 경쟁력을 입증했다.

비록 개인전 메달을 따내진 못했지만 전훈영은 대회를 마친 뒤 세 명의 궁사 모두 첫 올림픽이라는 데 대한 우려를 씻은 게 가장 큰 기쁨이라고 했다. 전훈영은 "양궁 대표팀을 향한 많은 걱정과 우려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전 종목에서 금메달 3개를 땄다"며 "팀으로 보면 너무 좋은 결과를 내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준비하는 동안 쉬지 않고 열심히 해서 후회는 없다"며 "후련한 마음이 제일 크다"고 덧붙였다.

김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