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형 안바울 투혼' 유도 혼성 단체전 동메달... "나 혼자 아닌, 다 함께 노력해서 만든 결과"

입력
2024.08.0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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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혼성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이 열린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단체전에 출전한 한국과 독일 선수들의 시선은 골든스코어에 나설 체급을 추첨하는 스크린을 향해 있었다.

혼성 단체전은 남자 3명(-73㎏급·-90㎏급·+90㎏급)과 여자 3명(-57㎏급·-70㎏급·+70㎏급) 등 총 6명이 한 팀을 이뤄 참여하는데, 먼저 4승을 거두는 팀이 승리한다. 한국 대표팀은 초반 3-1로 앞서다 결정적인 순간 체급의 차이를 딛지 못한 안바울(남양주시청)과 김지수(경북체육회)가 연달아 패하며 독일에 3-3 동점을 허용하는 바람에 골든스코어로 향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단체전 6개 체급 중 남자 -73㎏급과 여자 -70㎏급 출전 선수가 없어 이를 안바울(개인전 -66㎏급)과 김지수(개인전 -63㎏급) 등이 대신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기 체급에서 뛸 수 있는 최중량급의 김민종(양평군청)이나 -57㎏급 허미미(경북체육회), +78㎏급 김하윤(안산시청) 등이 당첨돼야 유리한 상황이었다.


짙어진 다크서클만큼이나 바닥난 체력

운명의 장난일까. 다양한 체급이 빠르게 돌아가던 화면엔 -73㎏급이 떴다. 안바울이다. 안바울은 16강 튀르키예전부터 자신보다 최소 6~7㎏ 이상 무거운 선수를 상대하며 혈투를 벌여온 탓에 사실상 체력이 바닥나 있었다. 가장 빠르게 끝낸 튀르키예전이 2분 53초(한판 승)였고, 그다음부턴 5분 16초(8강·한판 패), 12분 37초(패자부활전·한판 승)로 시간이 계속 늘어났다. 동메달 결정전에선 9분 38초간 이를 악물고 버텼지만, 절반 패했다. 8강 프랑스전 때부터 스멀스멀 내려오기 시작했던 다크서클은 그사이 눈에 띌 정도로 거멓게 변해 있었다. 모두가 패배를 예상했던 이유다.

하지만 패배의 아쉬움과 지친 몸을 회복할 틈도 없이 다시 매트에 올라선 안바울의 표정은 결연했다. "여기 있는 선수들 말고도 함께 훈련한 모든 선수가 진짜 많이 생각났고, 그래서 더 힘을 내 무조건 이겨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단다. 안바울은 불과 1분여 전 자신에게 패배를 안겼던 독일 선수를 상대로 괴물 같은 집중력을 발휘했다. 몸이 휘청거리려 할 때마다 빠르게 중심을 잡으며 위기를 넘겼고, 끈질기게 상대의 반칙을 이끌어냈다. 결국 안바울은 5분 25초간의 혈투 끝에 반칙승을 거뒀다. 16강에서 탈락한 개인전에 대한 아쉬움과 후배 10명의 운명을 짊어지고 있다는 부담감을 한 방에 날려버린 순간이었다.


전체 러닝타임 절반인 35분 49초간 혈투 벌인 안바울

안바울은 이날 무려 35분 49초간 매트에 섰다. 한국 대표팀 경기 전체 러닝타임(79분 17초)의 절반에 달하는 시간이다. 그만큼 쉽지 않은 싸움에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안바울은 경기를 마친 뒤 "다 함께 동고동락하면서 보낸 힘든 시간이 보상받는 느낌이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나 혼자 한 것이 아니고 다 같이 노력해서 딴 한국 유도의 올림픽 첫 단체전 메달"이라며 "영광스럽다"고 덧붙였다. 2020 도쿄 대회 때 신설된 혼성 단체전에서 한국 유도 대표팀이 메달을 획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메달로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3대회 연속 메달리스트가 된 것에 대해선 "오랜 시간 한국 유도를 대표하는 자리에 있고, 또 올림픽이라는 무대를 3번이나 나와 다 메달을 따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안바울은 앞서 2016 리우에서 은메달, 2020 도쿄 때 동메달을 땄다.

김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