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일(현지시간) 민주당의 새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대선 레이스에서 자진 하차한 지 12일 만에 미국 역사상 '첫 흑인 여성 대통령'의 배출이 가시권 안에 들어온 것이다. 11월 5일 대선까지 불과 95일밖에 남기지 않은 만큼, 해리스 부통령의 보폭도 빨라지게 됐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버락 오바마) 탄생을 이끌어낸 선거 베테랑들로 대선 캠프를 재편하는가 하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할 부통령 후보(러닝메이트)도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다.
3일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민주당 전국위원회는 5일 해리스 부통령을 당의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한다. 이때 해리스 대통령의 후보 수락 연설도 이뤄진다. 앞서 민주당은 새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해 1일부터 온라인으로 실시한 '호명 투표' 이틀째인 2일, 해리스 부통령이 필요한 대의원표의 과반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미 대의원의 99%(3,923명)의 지지를 얻어 유일한 후보로 이름을 올린 상태였다. 그는 "잠정적인 민주당 대선 후보 지명자가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러닝메이트 발표도 임박했다. 이르면 5일 민주당 대선 후보 지명과 동시에 공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늦어도 6일에는 발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WP는 익명 소식통을 통해 "해리스가 주말 동안 워싱턴 관저에서 부통령 후보자 중 최소 3명을 면접할 예정"이며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마크 켈리 상원의원 등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대선 캠프 역시 '오바마 선거 캠프' 인사들을 기용하며 대폭 정비했다. 당초 해리스 대통령은 바이든 캠프를 그대로 물려받았으나, 이제는 '바이든 충성파'를 오바마 전 대통령의 참모들로 대체해 '해리스 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과거 두 번의 대선에서 오바마 캠프 내 수석 전략가였던 데이비드 플루프가 전략 담당 수석 고문으로 해리스 캠프에 합류했고, 오바마 캠프 부책임자였던 스테파니 커터도 신임 메시지 전략 담당 수석에 선임됐다. 풀뿌리 조직 전략가였던 미치 스튜어트는 경합주 담당 새 수석 고문을 맡을 예정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을 상대로 '기싸움'에 나섰다. 신경전 소재는 새로운 상대와의 첫 TV 토론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내달 4일 대선 후보 TV토론을 열기로 폭스뉴스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리스 캠프는 즉각 이를 부인했다. 당초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간 2차 TV 토론은 다음 달 10일 ABC방송이 주최하기로 합의돼 있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ABC 방송과 소송 중이어서 이해 상충 문제가 있고 △바이든 대통령과의 합의일 뿐이었다며 '폭스뉴스'를 들고 나왔으나, 해리스 부통령의 기세가 심상치 않자 돌연 입장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역사상 첫 '퍼스트 젠틀맨'이 나올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2021년 해리스 부통령 취임과 함께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는 이미 미국 최초의 '세컨드 젠틀맨'이 됐다. 2009년 전처 커스틴 엠호프와 이혼한 뒤, 2014년 해리스 부통령과 재혼한 그는 3일 성명을 통해 "첫 번째 혼인 기간 중 혼외정사가 있었던 건 사실"이라며 "모두 내 책임"이라고 밝혔다. 최근 영국 타블로이드지 데일리메일의 보도를 인정한 것으로, AP통신은 "4년 전 바이든 캠프가 부통령 후보로 해리스를 심사하면서 이미 검토한 내용이다. 해리스도 결혼 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익명 소식통 발언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