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가상자산 압수에 골머리…. 경찰, 표준 절차 만든다

입력
2024.08.02 17:43
수사관 개인이 보관해 위험 떠안아
"표준화된 관리방식과 시스템 필요"

최근 사이버 공간에서 가상자산을 활용한 사이버 범죄가 급증하고 있지만, 수사기관이 가상자산을 압수하거나 수색·관리하는 과정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경찰청은 가상자산 압수와 관련한 표준 절차를 만들기로 했다.

2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국가수사본부는 조달청 나라장터에 '가상자산 압수·수색 및 표준 관리모델 설계' 연구 용역을 공고했다. 가상자산 관련 범죄가 증가하면서 가상자산을 압수·수색·검증해야 하는 사례도 동시에 늘어났고, 확보한 가상자산을 관리해야 하는 경우까지 생겼기 때문이다. 경찰은 연구를 통해 12월까지 국내외 관련 절차와 사례 등을 확인하고,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를 검토해 개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경찰이 제도 개선에 나선 것은 일반적인 범죄 압수물에 비해 가상자산 압수물 관련 규정이 미비한 탓이다. 가상자산을 압수·수색하는 방법은 범죄에 활용된 가상자산을 수사기관이 생성한 전자지갑(월렛)으로 옮기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이동식 저장장치나 지갑에 옮겨서 저장한 뒤, 수사관 개인이 사건이 끝날 때까지 보관해야 한다. 결국 관리에 문제가 생기면 재산 피해가 발생할 여지가 있고, 수사관 개인이 책임을 떠안을 수도 있다.

실제 경찰이 압수수색을 집행하던 도중 피의자의 전자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이 사라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례도 있다. 2021년 11월 경찰은 도박공간 등 개설 혐의로 피의자 A씨를 압수수색했고, 그의 전자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압수했다. A씨의 전자지갑 계정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바꾼 경찰이 다시 로그인해 수사기관 전자지갑으로 이체하려 하자 문제가 발생했다. 피의자의 전자지갑에 있던 1,425개의 코인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지갑으로 이체된 것으로 나중에 확인됐다.

가상자산을 압수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다. 압수수색 현장에서 범죄사실과 관련된 부분만 선별해야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어렵다. 일반적인 전자정보는 하드디스크 전체를 복제하면 되지만 가상자산의 경우 일부만 경찰 전자지갑에 보관해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새로운 형태인 가상자산을 법적으로 명확히 규정해야 추후 증거의 신빙성과 무결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도 거래소나 피압수자 협조 없이는 집행이 어렵다는 점도 수사의 발목을 잡는 요소다. 가상자산 역시 소유주인 개인만이 접속할 수 있다. 또 해외에 거래소가 있는 경우 국제 협조가 없으면 강제 집행이 어렵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예금·적금은 확실한 관리자인 금융기관이 존재하지만, 가상자산은 네트워크에 남은 가치를 가진 데이터에 불과하다는 점도 기존과는 다른 요소다.

경찰은 이번 연구 용역을 통해 가상자산에 대해 표준화된 관리 모델을 만들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가상자산이라는 새로운 전자정보 형태가 등장한 만큼, 표준화 절차 등을 연구해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기술 개발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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