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9월 금리 인하 시사에 환호했던 시장이 하루 만에 파랗게 질렸다. 경기침체 가능성이 대두되면서다. 뉴욕증시의 배턴을 이어받은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급락 마감했다.
2일 코스피지수는 3.65%(101.49포인트) 하락한 2,676.19로 장을 마쳤다. 60일 만에 2,700선이 무너진 것이다. 하락률은 2020년 8월 20일 이후, 하락 포인트는 2020년 3월 19일 이후 약 4년 만에 가장 크다. 코스닥은 약 2년 만에 최고 하락률 4.2%을 나타내며 지난해 11월 13일 이후 가장 낮은 779.33을 기록했다.
코스피 839개 종목 중 상승 마감한 것은 48개다. 인공지능(AI),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특수를 누렸던 종목의 내림세가 특히 컸다. 한때 24만 원을 돌파했던 SK하이닉스는 13년 만에 최대인 10.4% 하락해 17만3,200원으로 주저앉았다. 4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한 삼성전자(-4.21%)는 '8만 전자'가 깨졌고, KB금융(-5.78%), 현대차(-3.75%)도 큰 폭의 약세를 보였다.
코스피 급락을 주도한 것은 외국인이었다. 현물과 선물 모두 내던졌는데 이날 선물 매도액 1조9,201억 원은 역대 15위다. 장 마감가 기준 현물 매도액(7,112억 원)까지 합치면 이날 하루 외국인이 내던진 액수는 2조6,313억 원에 달한다.
간밤 발표된 경제지표를 두고 시장은 침체 징조라고 해석했다.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7월 제조업 고용지수가 2020년 6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애플, 아마존, 인텔 등 AI 빅테크의 2분기 실적이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받으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7.14%)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2.3%)가 하락했다.
침체에 대비하기 위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0.25%포인트가 아닌 0.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는 채권시장 참가자는 전날 22%에서 69.5%(오후 10시 기준)로 하루 새 3배 이상 늘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도 2월 이후 처음 연 4% 이하로 떨어졌다. 반면 안전자산인 금 선물 가격은 온스(약 28g)당 2,500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닛케이225가 마이너스(-)5.81%로 낙폭이 가장 컸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금리 인상으로 주식시장 활황을 이끌었던 엔저가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낙폭을 키웠다"고 풀이했다. 대만 가권은 4.43% 내렸는데, 하락 포인트로는 사상 첫 네 자릿수(-1004.01포인트)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