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불은 꺼졌지만 폭염 속 아파트 정전·단수...주민 피난 행렬

입력
2024.08.02 15:04
무더위 속 전기·수도 공급 끊겨
경찰과 소방당국, 현장 감식 진행

지난 1일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 인천 서구 아파트의 일부 세대 전기와 수도 공급이 끊겨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2일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전 6시 15분쯤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서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나 8시간 20분 만에 진화됐다. 화재로 인한 정전으로 아파트 14개 동 1,581세대 중 5개 동 480여 세대의 전기 공급이 끊겼다. 일부 세대에서는 단수도 발생했다.

화재에 이어 낮 최고 기온이 31도까지 오르는 무더위 속에 전기와 수도 공급까지 끊기면서 주민들은 피난 행렬에 나섰다. 인천 서구와 대한적십자사가 청라1·2동 행정복지센터와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 서북봉사관 등 3곳에 마련한 임시 주거시설에는 전날까지 54세대 122명이 머물렀다. 일부 주민은 가족이나 지인 집, 호텔 등에서 지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거처를 옮기지 않은 주민들도 승강기 운행이 멈추거나 수도 공급이 끊겨 계단으로 물을 사 나르거나 선풍기 없이 버티는 등 불편을 겪었다. 이날 아파트에 마련된 임시 관리사무소와 재난안전대책본부에는 피해 복구 현황이나 보상 절차를 문의하려는 주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현장 감식을 진행했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전기차에서 불이 시작돼 주변 차량으로 옮겨붙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지하주차장에 서있는 흰색 벤츠 차량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다가 폭발과 함께 불길이 치솟는 모습이 담겼다. 이 불로 주민 22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고 소방관 1명도 어지럼을 호소해 치료를 받았다. 재산 피해도 발생했다. 차량 40여 대가 불에 탔고, 100여 대는 열손과 그을림 피해를 입었다.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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