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어린이의 뺨을 때린 모습이 방송 카메라에 포착돼 구설에 올랐다. 어린이가 '손등 키스'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최근 튀르키예 현지 매체 가제트 두바르와 도쿠즈8 TV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북동부 도시 리제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다. 이 지역 고원 보호 및 도시 재생 사업의 일환이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행사장에서 연설을 마치자, 지역 출신의 두 소년이 무대에 올라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 중 네, 다섯 살쯤 돼 보이는 아이에게 오른손 손등을 내밀었다. '손등 키스'를 하라는 무언의 신호였다. 튀르키예 지역에서 연장자 손등에 입을 맞추는 행위는 존경의 의미를 담고 있다. 웃어른에게 하는 인사인 셈이다.
그런데 아이가 부끄러운 듯 바라보기만 하자 에르도안 대통령은 가볍게 아이 오른쪽 뺨을 때렸다. 당황한 아이는 그제야 손에 입을 맞췄다. 다만 분위기가 험악하지는 않았다. 70세 에르도안 대통령이 손자에게 장난을 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다른 소년도 다가와 에르도안 대통령을 끌어안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아이들과 인사를 마친 뒤 선물을 주고, 기념촬영까지 했다.
해당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되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행동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한 누리꾼은 엑스(X)에서 "그 아이는 뺨을 맞은 소리를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고, 다른 누리꾼도 "만약 다른 나라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국민과 정치인들이 들고 일어났을 것" 이라고 비판했다. 누리꾼들의 비판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22년째 튀르키예를 철권 통치하며 독재자 이미지를 구축한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아동 학대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21년에도 리제의 살라르카 터널 개통 축하 행사에서 어린이가 행사에 쓰이는 리본을 흔들자 머리를 때렸다. 지난해에도 손자의 얼굴을 때린 뒤 "쓰다듬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