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발생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 사건과 관련, 미국은 자국이 관여했거나 사전에 인지한 바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아시아 순방 중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31일(현지시간) 싱가포르 CNA방송 인터뷰에서 하니예 피살과 관련, "미국은 암살을 인지하고 있거나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니예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신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차 테헤란을 찾았다가 이날 거처에서 피살됐다. 이란과 하마스는 암살이 이스라엘군의 소행이라고 지목하고 보복을 천명한 상태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동 전쟁이 확대될 것으로 보는지에 대해서는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면서도 "전쟁을 끝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답했다. 필리핀을 방문 중인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역시 이날 기자회견에서 확전 가능성에 대해 "그런 일이 벌어지기를 원치 않는다"며 "우리는 외교적 만남을 통해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사안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공격 주체로 지목된 이스라엘은 여전히 사실관계를 시인하지도 부인하지도 않고 있다. 이스라엘 현지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다비드 멘서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특정 사건에 대해 논평하지 않을 것"이라고만 답했다. 타국의 국경을 침범하는 군사작전에 대해 이스라엘이 일관되게 취해온 태도다.
다만 이란과 하마스 등 이른바 '저항의 축' 세력의 보복 가능성에는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지대공미사일 포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암살 소식이 전해진 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안보내각 회의를 소집했다고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