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결전지 르 골프 나쇼날... 깊고 질긴 러프, 마지막 3개 홀이 승부처

입력
2024.07.31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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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시작 남자 코스 파71, 7,174야드
러프 빠지면 난항 겪어 티샷 중요
드라이버 아닌 우드 잡는 홀 많아
16~18번 홀 메달 가를 승부처

2024 파리 올림픽 골프는 남녀 각 60명씩 출전해 나흘 동안 스트로크 플레이로 메달의 주인공을 정한다. 남자골프는 8월 1일부터 4일까지, 여자골프는 7일부터 10일까지 각각 72홀 경기로 진행된다.

결전지는 프랑스 파리 인근 르 골프 나쇼날이다. DP 월드투어 프랑스 오픈 골프대회가 열리는 곳이며, 2018년 라이더컵도 개최한 골프장이다. 이번 올림픽 남자부 코스는 파71, 전장 7,174야드로 세팅됐다.

29, 30일(현지시간) 이틀간 연습라운드를 돌며 코스를 점검한 한국 선수단은 좁은 페어웨이와 깊고 질긴 러프를 골프장의 특징으로 꼽았다. 이에 티샷을 할 때 페어웨이에 올리는 정교함이 중요하다고 봤다.

400야드 초반대 파4 홀에선 드라이버를 잡기보다 우드로 티샷을 하는 게 낫다는 판단도 나왔다. 김형태 대표팀 코치는 “우드로 티샷을 쳐서 페어웨이에 넣어야 하는 홀들이 많다”며 “페어웨이 폭이 넓은 곳은 20~25m 정도인데, 좁은 곳은 10~15m밖에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코스의 최대 난관은 러프다. 러프에 들어가면 잔디 길이가 한 뼘 정도 돼 발목이 잠길 정도다. 김 코치는 “러프가 빳빳하게 서 있는 상태에서 숨이 죽지 않았다. 러프에 들어가면 엄청나게 다른 골프를 쳐야 한다”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러프를 가진 코스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직접 러프를 경험한 선수들도 “결코 쉽지 않다”면서 “운이 따라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이 코스에서 실전을 치른 경험이 있는 김주형은 “러프가 신기하게 깊다. 어느 곳에서는 칠 수 있지만 아예 못 치는 곳도 있다”며 “운만 따라주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안병훈도 “이 정도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도 깊은 러프”라면서 “페어웨이 또한 넓은 편이 아니라 러프에 자주 들어갈 것 같은데, 운이 좋길 바라야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승부처가 될 수 있는 홀은 후반 마지막 3개 16번(파3), 17번(파4), 18번(파4) 홀이다. 16번 홀은 168야드로 코스 중 가장 짧지만 워터해저드와 그린 주변의 벙커 3개가 부담을 준다. 17번 홀은 파4 홀 가운데 가장 긴 480야드다. 지난해 프랑스 오픈 때 마지막 4라운드 기준 평균 타수는 4.33타로 까다로웠다. 18번 홀은 유러피언 투어가 선정한 가장 어려운 홀 중 하나다. 페어웨이 왼쪽과 그린 주변이 연못을 끼고 있어 한 번의 실수로 많은 타수를 잃을 수 있다.

김주형은 “후반에 어려운 홀들이 있다. 16번 홀은 우측에 물이 있고, 17번 홀은 480야드에 앞바람이 있고, 페어웨이도 좁다”며 “마지막 3개 홀이 어렵기 때문에 선두에 1, 2타 차 뒤진 상태로 경기를 먼저 마치더라도 우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파리 = 김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