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헤즈볼라 최고위급 살해한 이스라엘... 중동 확전, 이란 대응 수위에 달렸다

입력
2024.08.01 04:30
이스라엘, 이란 테헤란서 하마스 하니예 암살
새 대통령 취임 이튿날 ‘저항의 축’ 맏형 굴욕
이란 최고지도자 “가혹한 징벌”... 보복 시사
‘본토 공격’ 주고받은 4월 이후 전운 최고조

중동 전쟁이 또다시 확전의 중대 기로에 섰다. 이스라엘이 '숙적'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정치국 최고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를 암살한 탓이다. 자국의 심장부에서, 게다가 신임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위해 한데 모인 ‘저항의 축’(이란 중심의 반서방·반이스라엘 동맹 세력) 지도자들의 눈앞에서 기습을 당한 이란으로선 강도 높은 대응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란의 보복 수위에 따라 이스라엘의 맞보복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저항의 축’ 동맹들 보는 앞에서 공격 허용

3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하니예는 전날 열린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신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뒤 테헤란 내 특별 거처에 머무르고 있다가 이날 오전 2시쯤 이스라엘의 유도미사일 공격으로 사망했다. 이란의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즉각 국내외 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최고국가안보회의를 긴급 소집했고, 이스라엘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란혁명수비대 고위급 지휘관, 정예 쿠드스군 총사령관 등이 총출동한 이 회의에서 한 참석자는 "이란에 대한 선전포고"라는 발언을 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스라엘의 이란 본토 공격은 사상 두 번째이자, 올해 4월 19일 이후 약 석 달여 만이다. 하니예 암살은 이스라엘군이 ‘골란고원 축구장 폭격’ 보복 차원에서 전날 오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공습해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 최고위급 인사를 제거했다고 발표한 지 몇 시간 만에 일어난 사건이기도 하다.

‘맏형’의 굴욕… 이란, 강경 대응 나서나

이란 입장에서는 “커다란 굴욕”(미국 CNN 방송)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자국을 찾은 동맹 세력 지도자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역내 강대국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 특히 페제시키안 신임 대통령의 취임식 다음 날 이스라엘의 암살 작전이 이뤄졌다는 사실도 이란의 자존심을 크게 훼손했다. NYT는 “페제시키안듲 동맹(하마스)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심각한 보안 문제에 직면한 채 취임하게 됐다”고 짚었다.

피살 직전 상황도 이란에는 민감한 문제다. 30일 하니예는 페제시키안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고, 살해되기 몇 시간 전에는 하메네이와도 접견했다. 이란 지도자들까지 이스라엘의 위협에 노출됐다는, 안전에 구멍이 뚫렸다는 인식을 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결국 수위의 문제일 뿐, 이란의 보복은 필연적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 하메네이는 “이스라엘이 가혹한 징벌을 자초했다”며 고강도 대응을 시사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도 엑스(X)에 “비겁한 살인의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썼다.


“현실적으로 전면전 가능성 낮아” 분석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볼 때 이란의 보복이 전면전 형태가 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동 내 미국의 영향력 축소’가 목표인 이란은 지금껏 이스라엘과의 충돌 전면에 나서는 대신, 저항의 축 활동을 지원하며 현상 유지에 주력했다. 지난 4월에도 주시리아 이란 영사관 폭격에 보복한다며 공격용 무인기(드론)·탄도미사일을 이스라엘 본토에 날려보낸 적이 있으나, 대부분은 방공망에 격추됐다. 실질적 타격을 주기보다는 보복 행위 자체에 초점을 맞췄던 셈이다.

물론 지금 분위기는 일촉즉발 상태다. 하마스는 성명에서 “비겁한 이스라엘의 행동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보복을 천명했다. 헤즈볼라도 하니예 암살이 이스라엘에 대한 저항을 더욱 단호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멘 후티 반군 역시 “악랄한 테러 범죄”라며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안보 책임자들을 소집, ‘저항의 축’이 보복에 나설 경우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용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