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이념 편향' 논란 김문수 고용부 장관에... 野 "갈 데까지 갔다"

입력
2024.07.31 15:20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가 과거 노동 현장에서 산전수전을 겪었고, 경기도지사와 국회의원(3선)을 지낸 경험을 높이 샀다. 노동개혁을 이끌 적임자라는 것이다.

하지만 야당과 노동계의 입장은 배려하지 않았다. 김 후보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김일성주의자'라고 규정할 만큼 이념 편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전력이 있다. 당장 그의 극우 성향에 반발해 "윤석열 정부가 갈 데까지 갔다"(더불어민주당), "인사 참사"(민주노총)라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윤 대통령이 인사를 통해 여야 소통과 협치의 물꼬를 트기 보다는, 국민정서를 무시하고 자기 사람만 챙기며 고집을 피우는 모양새가 반복되고 있다.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김 후보자는 20~30대를 노동현장에서 근로자 권익 향상을 위해 치열하게 활동했다”며 “15~17대 국회의원으로 노동환경 분야에서 활발한 의정활동을 펼쳤고 경기도지사를 두 차례 역임하며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 계획 발표 등 행정역량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용노동계 현안이 산적한 이 시점에 노동 현장, 입법부, 행정부 등을 두루 경험한 김 후보자야말로 다양한 구성원간 대화·타협을 바탕으로 노동개혁 과제를 완수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덧붙였다.

정치권은 이번 인사를 파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화물연대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일부 노조를 기득권으로 공격하며 변화와 개혁을 강조해왔다. 따라서 김 후보자는 윤 대통령의 노동 철학에 가장 가까운 인물로 평가 받는다.

하지만 노동개혁 과제가 상당부분 본궤도에 오른 상황에서 과거 '극우', '반노동' 발언으로 갈등을 부추긴 김 후보자를 고용부의 간판으로 내세운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그의 수구적 이미지만 부각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을 강행하면서 가뜩이나 야당과 극한의 대립으로 치닫는 시점에 김 후보자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정국이 더 얼어붙고 여론은 한층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김 후보자는 숱한 막말로 논란을 자초했다. 경기지사 시절인 2019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을 겨냥해 '총살감'이라고 저격했고, 2022년 경사노위 국정감사 때는 "문 전 대통령이 신영복 선생을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라(고 한다)면 김일성주의자"라고 했다가 퇴장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2018년 세월호 참사 추모는 "죽음의 굿판", 2019년 강원도 산불은 "촛불 좋아하더니 온 나라에 산불"이라고 폄하하며 경솔한 발언이 끊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노동개혁 완수를 위해 '사회적 대타협'이 절실한 상황이다. 사회 분열을 조장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김 후보자의 시각과는 간극이 크다. 이에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김 후보자를 향해 "노사 화해와 협력은 커녕 ‘아스팔트 보수’의 전사로서 활약한 것이 전부"라며 "대한민국 고용노동부를 이끌 최소한의 능력과 자질도 갖추지 못한 사람"이라고 직격했다.

노동계의 쟁점 현안을 둘러싼 정부와 야당의 극한 대립도 예고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기자회견에서 "국민 삶을 책임지는 한 부처 전체를 통째로 극우 유튜버에게 넘기겠다는 처사"라며 "윤석열 정부 스스로 반노동·반국민적 정부임을 자인하느냐"고 비판했다.

특히 민주당이 추진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을 두고 충돌이 격해질 수 있다. 김 후보자는 이날 노란봉투법에 대해 "현행 헌법, 민법과 충돌하는 점이 있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과도한 노동투쟁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가 너무 과대해 노조가 개인을 파산시키는 일들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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