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를 예고했던 테니스계의 '빅4' 앤디 머리(영국)가 남자 복식 16강전에서 승리하며 은퇴를 한 경기 미뤘다. 부상 이후 거둔 승리 덕분인지 뜨거운 감격의 눈물을 쏟은 머리는 조금 더 연장된 은퇴 여정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기 위해 준비에 들어갔다.
머리는 대니얼 에번스와 함께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테니스 복식 2라운드(16강)에서 벨기에의 산더 질레-요란 블리겐 조에 2-1(6-3 6-7 11-9)로 접전 끝에 승리했다. 머리는 미국과 네덜란드 간의 복식 2라운드에서 승리한 팀과 8강전을 펼칠 예정이다.
한때 남자프로테니스(ATP) 단식 세계랭킹 1위에 올랐었던 머리는 라파엘 나달(스페인), 로저 페더러(스위스),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와 함께 빅4로 불리던 테니스계의 거성이다. 지금까지 나달이나 조코비치만큼의 기량을 유지하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머리는 자신의 다섯 번째 올림픽 무대인 파리 대회 시작 전 은퇴를 선언했다. 선수 생활 동안 그를 괴롭혀 온 허리, 발목 등의 부상 때문에 그랜드슬램 무대를 은퇴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은퇴를 시사했다가 5년 정도 선수 생활을 더 했던 2019년 호주오픈 때와는 달랐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내 마지막 테니스 대회를 위해 파리에 도착했다. 영국을 대표해 출전하는 것이 가장 기억에 남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그럴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2012년, 2016년 연속 금메달 수상의 영광을 안았던 올림픽 무대에서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싶다는 의중이었다.
머리는 당초 단식과 복식 모두 출전할 계획이었지만, 단식을 포기하고 복식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28일 일본(다니엘 다로-니시코리 게이 조)을 이기고, 2회전에 출전한 머리는 상대와 엎치락뒷치락 분투를 벌였다. 마지막 타이브레이크에서 벨기에 조가 두 번의 매치포인트에 도달했지만, 번번이 영국 조가 달아난 끝에 승리를 얻을 수 있었다.
경기를 마친 머리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면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감정이 북받친다. 믿을 수 없을 만큼 행복하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기쁨의 눈물이 난다. 우리가 이겨낸 사실이 짜릿하다"면서 "많은 에너지를 썼는데, 하루 쉴 수 있어 다행"이라고 은퇴 투어를 연장하게 된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