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이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그늘진 역사도 마주해야 한다"며 일본 정부를 비판했다. 일본 정부가 등재 추진 과정에서 조선인 노동자 강제노동 역사를 숨기려 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다만 한일 정부 합의로 설치한 조선인 노동자 전시 시설에 '강제성'을 명시하지 않은 부분은 "윤석열 정부라 합의가 가능한 타협의 산물"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30일 '사도광산 빛도 그림자도 전하는 유산으로'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애초 일본 측이 한반도 출신 노동자의 고난의 역사를 진지하게 마주했다면 사태는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신청 시 강제노동 문제를 피하고자 대상 기간을 에도 시대(1603~1867년)로 한정해 '꼼수'라는 비판을 받았다.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가 지난달 '전체 역사를 현장 수준에서 포괄적으로 다루는 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권고하자, 일본은 한국과 협상을 통해 사도광산 인근 아이카와향토박물관에 조선인 노동자 관련 전시 시설을 설치했다.
그러나 아사히는 강제성 논란에 "강제노동인지 아닌지 한일 간 견해가 서로 엇갈렸다"며 "강제라는 표현은 피하면서 가혹한 노동 환경에 있었음을 전시한 것은 양국 정부 간 타협의 산물"이라고 설명했다. 진보 성향의 마이니치신문도 "강제노동이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았지만 강제성을 알 수 있는 전시"라고 강조했다.
일본 측에서는 '윤석열 정부라 사도광산 합의가 가능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사도광산이 있는 니가타현 현지 언론인 니가타일보는 이날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양국 관계가 급속히 개선됐다. 윤석열 정권이 아니면 합의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가 논란을 감수하면서도 합의한 것은 내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의식한 조치라는 해석도 있었다. 니가타일보는 한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내년이 국교 정상화 60주년인 만큼 사도광산이 양국 관계 개선 흐름에 지장을 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