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격노설 재현?... "경찰서장이 용산 언급" 증언 나온 경찰청장 청문회

입력
2024.07.29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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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 청문회]
마약사건 수사외압 의혹 놓고 공방
당시 영등포 형사과장 "외압 있었다"

조지호(56) 경찰청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경찰 고위간부의 마약수사 외압 논란'으로 번졌다. 당시 수사를 담당하던 일선서 형사과장은 경찰서장으로부터 '용산'(대통령실) 관련 언급까지 들었다는 증언을 했다.

백해룡 경정은 2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세관 직원들의 마약 밀반입 의혹 수사를 언론에 발표하려던 지난해 10월 상황을 증언했다. 당시 백 경정은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2과장이었다. 그는 "당시 영등포서장이던 A총경이 수사 언론브리핑 이틀 전 오후 9시에 전화해 '용산에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브리핑을 연기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현재 A총경은 대통령실 자치행정비서관실로 파견돼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 경정은 마약 사건 무마와 대통령실 파견 관련성을 묻는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 질의에 "연관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사건은 인천공항 세관 직원들의 마약 밀반입 연루 의혹이었는데, 영등포경찰서가 이 사건을 수사했다. 당시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이던 조병노 경무관은 백 경정 등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조 경무관은 채모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관련 '임성근 해병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이 있었던 단체 채팅방에서 언급된 인물이다. 구명 로비 의혹 당사자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말한 경찰 간부 인사 청탁 대상이 바로 조 경무관이다.

경찰청은 수사 외압 의혹으로 조 경무관을 감찰해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에 회부했지만, 불문(不問) 처분됐다. 결국 윤희근 경찰청장이 직권으로 경고 조치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반면 외압 의혹을 외부에 알린 백 경정은 강서경찰서 지구대장으로 전보돼 '보복성 좌천 인사'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이날 청문회에서 백 경정은 "조 경무관의 전화를 외압으로 느꼈다"고 강조했다. 경찰 입직 전 관세청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조 경무관은 지난해 10월 공식 지휘계통이 아닌데도 일선서 사건 책임자인 백 경정에게 전화해 보도자료에서 '관세청 관련 문구 삭제'를 종용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백 경정은 "조 경무관과 총 네 차례 통화했다"며 "주변 인맥을 통해 징계위원회 탄원서를 부탁했지만 거절했다"고 강조했다.

백 경정은 당시 서울청과의 소통에서도 억압적 분위기를 느꼈다고 주장했다. 백 경정은 지난해 10월 5일 서울청에 방문해 김광호 당시 서울청장, 형사과장이었던 B총경 등과 언론브리핑 내용을 협의했다고 한다. 백 경정은 "(브리핑 전 서울청에 가서 협의하는 경우는) 이례적인 일"이라며 "당시 B총경이 '브리핑하시는 거 좋아하세요'라고 했는데, 지휘부에서 마약수사 열심히 해서 자료를 배포하라고 지시가 내려와서 하는 건데 굉장히 당황했다"고 밝혔다.

야당에선 '제2의 채 상병 사건이 될 수 있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이에 조 후보자는 "공수처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조 경무관의 인사 조치에 대해서는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답했다. 서울청장으로서 백 경정을 인사 조치한 것에 대해선 "해당 사건은 서울청 집중 수사사건이라 주요 내용은 보고할 의무가 있는데 여러 차례 공보 규칙을 위반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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