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가 임금 협상을 위한 '끝장 교섭'을 29일 시작했다. 노사는 사흘간 교섭을 진행할 예정인데, 노조 측은 협상이 결렬될 경우 무기한 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과 사측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나노파크에서 임금 교섭을 재개했다. 이날은 총파업을 시작한 지 3주째 되는 날로, 노조는 반도체 생산공정(TAT) 기간이 3주가량인 만큼 지금이 파업 효과가 분명히 드러날 시점이라고 판단해 이날을 대화일로 잡았다.
노사 입장 차는 여전히 크다. 전삼노는 △기본 임금 인상률 3.5%를 포함한 평균 임금 인상률 5.6% △노조 창립휴가 1일 보장 △초과이익성과급(OPI)과 목표달성장려금(TAI) 제도 개선 △노조 조합원 파업 참여에 따른 경제적 손실 보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임금 인상률 5.1%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노사 대립도 격해지고 있다. 노조는 사측이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들을 따돌린 것은 물론 블랙리스트까지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삼성전자 A파트장은 한 파업 참가자에게 "파업 참가로 인해 발생한 업무 공백은 평가에 반영돼야 한다", "파업 참가자들은 회사에서 명단을 확보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부사장은 업무 전달이 이뤄지는 사내 메신저방에서 파업 참가자를 강제로 퇴장시켰다. C기술팀은 사내 근태 메뉴를 통해 파업 참가자 명단을 확인했는데, 전삼노는 이를 두고 "쟁의 행위 참가자들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만든 것"이라며 반발했다.
전삼노는 "악랄한 노조탄압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며 "노동자의 헌법상 권리를 침해하면 3만5,000명 조합원의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조 측은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노사 문제는 이제 삼성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라고 강조했는데도 현장에선 노조원에게 노골적 불이익이 가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이에 대해 "조합의 주장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일부 특정 현장의 상황으로 보인다"면서 "구체적 정보가 부족해 당장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어렵지만 회사는 기본적으로 법과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밝혔다. 파업 참가자 명단 작성 의혹 제기에는 "사내 근태 시스템상 파업 참가 사실이 표시되는 것일 뿐이며 의도적으로 명단을 작성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미국노총(AFL-CIO)도 전삼노 편을 들었다. 노총은 27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 장관 앞으로 서신을 보내 "삼성은 거의 50년 동안 노동자들이 조직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공격적인 반노조 전술을 사용했고 전삼노와 성실한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지원 계약서를 작성할 때 노동 기준 요구사항을 반드시 넣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지원금 등을 강력히 환수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반도체 최대 시장인 미국은 2022년 통과된 반도체지원법을 통해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삼성전자 노사관계를 지원금과 연계하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번 교섭이 실패해 대규모 파업이 추가로 발생한다면 삼성전자 생산성 저하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다. 노조에선 파업 효과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8인치 반도체 생산라인 가동률이 18%까지 떨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