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가까이 내렸는데"…'마피' 속출 오피스텔, 정부 규제 풀듯

입력
2024.07.3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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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대책 통해 비아파트 규제 풀었지만
서울 빌라 준공물량 58%·오피스텔 16%↓
주택 수 제외받기 어렵고 절세 효과도 미미
정부, 8월 비아파트 규제 추가 완화 예고

이달 입주를 시작한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A오피스텔은 현재 전체 가구 수의 25%가 매물로 나온 상태다. 이 중 대부분은 분양가 아래로 가격을 매긴 이른바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 매물이다. 3년 전 분양 때 12만 청약 인파가 몰려 청약 홈페이지 접속이 지연될 만큼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은 1억7,000만 원 넘게 깎아주는 매물까지 등장했다. 바로 옆 동에 세워진 같은 브랜드의 도시형 생활주택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아파트 규제 강화에 따른 틈새 상품으로 오피스텔이 인기를 끌었지만 이후 똑같이 규제가 강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며 "지금은 손해 보더라도 어떻게든 팔려고 안달"이라고 귀띔했다.

냉기 도는 비아파트 시장

최근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 시장은 과열 양상을 띠는 분위기지만 오피스텔을 비롯한 비아파트 시장은 냉기만 돌고 있다. 연초 규제 완화에도 여전히 수요자 외면이 두드러진 데다 공급까지 급감한 탓이다. 정부는 8월 추가 규제 완화를 예고했다.

29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입주에 들어간 서울·수도권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에선 마피 매물이 넘쳐난다. 최초 계약자가 입주 전 계약금(분양가 10%)을 포기하고 추가로 가격을 더 낮춰 분양권을 넘기는 곳이 수두룩하다.

오는 11월 입주 예정인 동대문구 신설동역 B오피스텔이 대표적인데, 최근 분양가보다 7,300만 원이 하락한 매물이 나왔다. 내년 3월 입주 예정인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C오피스텔도 1억 원에 가까운 마피가 형성됐다. 인천 서구 D오피스텔(내년 10월 입주 예정)도 무순위 물량이 풀렸을 때 밤샘 텐트족이 등장할 만큼 인기를 모았지만 지금은 마피 매물이 넘쳐난다.

받기도 어렵고, 효과도 미미한 '주택 수 제외'

정부는 '1·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1월 10일부터 내년 말까지 지어진 신축 소형 주택(아파트 제외)에 대해 '주택 수 제외' 혜택을 주기로 했다. 업계에서 요구한 주택 수 제외 혜택을 통해 비아파트 대표 상품인 오피스텔을 비롯한 비아파트 공급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올해 1~6월 서울에 지어진 오피스텔은 5,000실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000실가량 줄었다. 1~5월 서울 내 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 준공은 2,945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6,943가구)보다 58% 급감했다. 같은 기간 아파트 준공물량(1만1,867가구)이 2.1배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정부 대책에도 비아파트 시장이 요지부동인 건 정책 체감도가 미미해서다. 주택 수 제외 혜택 대상은 전용면적 60㎡ 이하의 수도권 6억 원·지방 3억 원 이하의 비아파트만 해당된다. A, B오피스텔은 분양가가 6억 원이 넘어 대상에서 제외된다. 연초 입주한 비아파트의 경우 준공승인을 1월 10일 이전에 받았다면 혜택을 받지 못한다.

정작 주택 수 혜택을 받더라도 '절세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적잖다. 1주택자가 추가로 소형주택을 사면 1가구 1주택 특례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1가구 1주택 특례는 법에 따라 1주택자에게만 주는 특별한 혜택이다. 12억 원 집까지는 양도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물리지 않는 게 핵심이다. 이로 인해 월세 수익을 기대하고 소형주택을 샀다가 자칫 기존 집을 팔 때 양도세 폭탄을 맞는 등 세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정부도 이런 지적을 받아들여 내달 추가 규제 완화를 단행한다. 주택 수 제외 기준(가격, 면적, 기한)을 더 완화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한 오피스텔 시행사 대표는 "국토교통부가 연초 비아파트 시장을 붐업하려는 취지가 아니라는 이상한 논리를 앞세워 누구도 공감하지 못하는 규제 완화를 했다"며 "오피스텔 취득세율(4.6%)도 합리적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