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만 가면 가슴이 ‘두근두근’… ‘가정 혈압'을 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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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9 09:31

최근 60대 여성 A씨는 병원에서 기초 측정을 위해 혈압을 확인하던 중 2기 고혈압에 해당하는 170/100㎜Hg의 수치가 나왔다. 평소 혈압이 높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병원에만 가면 혈압이 높게 측정되는 상황(이를 ‘백의(白衣) 고혈압’이라고 한다)이 반복됐다.

담당 의사는 A씨에게 가정에서 매일 혈압을 측정하고 혈압 일지를 작성할 것을 권했다. 얼마 후 혈압 일지를 가지고 다시 병원을 찾은 A씨는 고혈압 전(前) 단계인 평균 125/80㎜Hg의 비교적 심각하지 않은 상태였다.

고혈압은 일반적으로 수축기(최고) 혈압과 이완기(최저) 혈압으로 나뉜다. 이 두 수치의 조합에 따라 고혈압 단계가 결정된다.

수축기 혈압이 120㎜Hg 미만, 이완기 혈압이 80㎜Hg 미만일때 정상이다. 140/90㎜Hg 미만이 고혈압 전 단계, 160/100㎜Hg 미만이 1기 고혈압, 그 이상이 2기 고혈압으로 가장 심각한 단계다. 고혈압이 지속되면 심근경색·협심증 등의 심혈관 질환을 비롯해 뇌졸중, 만성콩팥병 등 전신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고혈압 환자가 벌써 1,374만 명(유병률 27.7%ㆍ2021년 기준)이다. ‘고혈압 전 단계 (130~139/80㎜Hg 이상)’까지 합치면 국민의 절반가량이 해당된다. 게다가 20대 고혈압 환자가 2017년 대비 2021년 44.4% 증가했다.

고혈압은 평소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지만 심ㆍ뇌혈관 질환에 노출돼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이유다.

이에 따라 대한고혈압학회는 가정에서 간편하고 정확하게 혈압을 인지하고 관리할 수 있는 ‘가정 혈압’ 측정을 강조하고 있다. 가정 혈압이란 자신의 집에서 스스로 혈압을 정기적으로 측정하고 기록하는 걸 말한다. 병원에서의 일회성 측정과 달리 자신의 일상적인 혈압 변화를 더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다.

자신이 측정인 만큼 정확한 혈압 측정법도 중요하다. 가정에서 혈압을 측정할 때는 먼저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팔을 심장 높이에 둔 뒤 혈압계 커프를 정확히 부착해야 한다. 또한 같은 시간대에 측정하고 최소 2회 이상 측정하여 평균값을 기록하는 것이 좋다.

평소 정상 혈압이지만 병원에서 측정할 때만 혈압이 일시적으로 오를 때가 있기 때문이다(백의 고혈압). 긴장이나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다. 또한 집에서 혈압을 재면 고혈압인데 병원에 가서 측정하면 정상인 ‘가면(假面) 고혈압'도 있다.

이 때문에 병원 방문할 때만 혈압을 재서는 정확한 상태를 확인하기 어렵기에 집에서 재는 ‘가정 혈압’ 측정이 중요하다.

황인창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평소 가정에서 자신의 혈압을 측정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혈압이 높거나 백의 고혈압, 가면 고혈압 등으로 진료실에서 정확한 혈압 측정이 어렵다면 ‘가정 혈압’ 측정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주형준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가정 혈압 측정은 고혈압 환자뿐만 아니라 협심증·심부전 및 콩팥 기능이 떨어진 환자에게 필수적”이라며 “이를 통해 환자는 자신의 혈압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정확한 평소 혈압을 파악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했다.

이전에는 혈압 일지를 수기로 작성하고 확인하는 과정이 번거로워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불편했다. 최근에는 혈압 결과를 모바일에 입력하거나 사진으로 찍기만 하면 자동으로 기록되고 추세를 보여주는 환자용 앱 및 의료진용 웹 플랫폼이 개발되는 등 편하게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주형준 교수는 “수기 작성 시 의료진이 가정 혈압 수치를 일일이 파악해 분석하기란 여간 쉽지 않았는데 앱을 활용하면 플랫폼으로 의료진에게 다양한 분석 결과가 제공되기에 체계적이고 환자 맞춤형 혈압 관리 및 처방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