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10명 중 6명은 태풍·폭우·폭설 등 기상재해와 무관하게 정시 출퇴근했다는 설문 결과가 28일 발표됐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많은 비가 단시간에 쏟아지는 극한호우 등 극단적 기상현상이 빈번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위험 상황 시 업무 중단 및 기후로 인한 강제 휴업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촉구한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5, 6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61.4%는 태풍·폭우 등으로 정부가 재택근무나 출퇴근 시간 조정을 권고했는데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정시 출근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15.9%는 '자연재해 상황에서 지각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직접 당하거나 그런 사례를 목격했다'고 응답했다.
직장갑질119는 "자연재해로 정부 권고가 나온 상황에서도 적지 않은 회사가 직원들에게 정시 출퇴근을 요구한다는 것"이라며 "결국 직장인들은 개인 휴식 시간과 안전을 포기하고 평소보다 일찍 출근 준비를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자연재해에 따른 별도 휴업 규정이 존재하지 않다 보니 태풍이나 호우 관련 경보가 발령돼도 출퇴근 시간 조정, 재택근무 여부 등은 전적으로 사업주 재량이나 각 회사별 단체협약·취업규칙에 달려 있다.
서울 전역과 경기 지역에 시간당 최고 70㎜에 달하는 극한호우가 쏟아진 지난 18일 오전에도 직장인들의 아슬아슬한 출근길은 변함이 없었다. 서울 동부간선도로와 내부순환도로는 통제됐고 전철 1호선은 일부 운행이 중단돼 곳곳에서 '출근 대란'이 벌어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 등에서는 '이 날씨에 출근하는 것은 직장인 학대다' 등 불만 섞인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극심한 폭염·폭우가 갈수록 잦아진 최근에는 '정시 출근' 압박뿐 아니라 위험한 수준의 기상상황 시 사고 예방을 위해 노동자 휴식권을 어떻게 보장할지, 업무 중단이나 휴업 시에 임금 보전은 어떻게 할 것인지가 노사 간 쟁점으로도 부상하고 있다.
직장갑질119는 '지난해 8월 태풍 때문에 시에서 어린이집 휴원 명령을 내리자 원장이 개인 연차를 차감해 하루 쉬라는 지시를 했다'는 보육교사 사례를 소개하면서 "노동관계법에 기후 유급휴가 제도를 신설하거나 천재지변에 따른 결근은 소정근로일수에서 제외하는 등 기후재난 상황에서 노동자 보호를 위한 명문화된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노동계도 폭염 시 옥외·이동 노동자의 산재 예방을 위한 '작업중지권' 의무화를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