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세법개정안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정부가 24년 만에 내놓은 상속세 개정안 통과에 난항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대주주 할증평가·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세법개정안에 담긴 다른 주요 내용에 대해서도 야당이 반대하고 있어 국회 논의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2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입법예고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오는 9월 열릴 정기국회에 세법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국회 본회의 상정 전 마주하게 될 첫 관문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 통과 여부조차 안갯속이다. 민주당 기재위 위원들이 세법개정안 발표 이후 “부자의 세금부담을 줄여주는 게 목표인 세법개정안을 거부할 것”이란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야당은 세법개정안의 골자인 상속세 완화와 관련한 최고세율 인하, 과세표준 조정, 자녀공제 확대 등 주요 내용에 대해 모두 반대하고 있다. 현재 상속세제에서는 기초공제(2억 원)에 자녀공제(1인당 5,000만 원)를 더한 합계액과 일괄공제 5억 원 중 큰 금액으로 세액공제를 받는다. 그동안엔 자녀공제액이 적어 대다수가 일괄공제를 받았다.
정부는 다자녀 가구에 대한 지원 확대를 위해 자녀공제를 5억 원까지 확대하자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자녀공제보다 감세효과가 덜한 일괄공제 두 배 상향(현행 5억→10억 원)을 주장하고 있다.
실제 두 방안은 공제액에서 큰 차이가 난다. 예컨대 상속인이 배우자와 자녀 두 명을 둔 경우 야당 안은 공제액이 15억 원(배우자‧일괄공제)인 반면, 정부안은 17억 원(배우자‧기초‧자녀공제)이다. 만약 자녀가 세 명이면 정부안의 공제액은 22억 원으로 는다. 야당 기재위 관계자는 “일괄공제를 두 배 올리는 것만으로도 일반 국민이 느낄 상속세 부담을 줄이는 데 충분하다”고 말했다. KB부동산이 집계한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억1,490만 원이다.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50%→40%), 과세표준 조정도 진통을 예고하는 부분이다. 현재는 과세표준이 10억 원 초과~30억 원 이하인 경우 40%, 30억 원 초과 시 세율 50%로 과세한다. 반면 개정안은 10억 원 초과 과세표준에 대해 40%의 세율을 일괄 적용한다.
민주당 기재위 의원들은 성명을 통해 “상위구간 과표를 조정하고 최고세율을 40%로 낮추는 게 서민·중산층과 무슨 관계인가”라고 지적했다. 야당은 최대주주가 상속하는 주식 가치를 20% 높게 평가하는 할증평가 폐지 방침에 대해서도 부의 대물림을 심화한다는 이유로 거부 방침을 세웠다.
국회 과반을 차지한 야당이 강력 반대하고 나서면서 개정안은 공전을 거듭하다 수정 통과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앞서 2022년 법인세 최고세율 완화(25%→22%)를 담았던 윤석열 정부의 첫 세제 개편안도 1%포인트 인하하는 것으로 수정돼 국회 문턱을 넘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상속세 개편 필요성에 대해 최선을 다해 국회 설득에 나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