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정부가 영유권 분쟁 지역 남중국해에 주둔 중인 필리핀군에 중국군과 별다른 충돌 없이 물자를 보급했다고 밝혔다. 최근 양국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가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해석이 나온다.
26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필리핀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필리핀군이 스프래틀리 군도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난사군도 런아이자오) 인근 필리핀 선박 시에라 마드레함에 식량 등 물자를 보급하고 주둔 병력을 교체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필리핀과 중국 해안경비대는 전날 사전 소통을 했으며, 이날 중국 경비대가 필리핀 보급선을 전혀 위협하지 않았다고 AP는 익명 필리핀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필리핀 외무부는 “관계당국 협조로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서 합법적이고 정기적인 임무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관련 성명을 내놓지 않았다고 AP는 설명했다.
이날 물자보급은 지난달 17일 이 해역에서 양국 경비대가 충돌한 이후 처음으로 이뤄졌다. 당시 중국 해안경비대가 고속보트를 타고 필리핀 보급선에 돌진해 필리핀 해군 병사 1명의 오른쪽 엄지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중국군은 토머스 암초 주둔 병력에 접근하려는 필리핀군에게 물대포를 발사하는 등 위협을 이어왔으나, 지난 22일 양국이 ‘인도주의적인 차원의 보급’을 허용하는 합의를 발표하며 해상 긴장이 누그러졌다. 그리고 이날 실제 보급 작전이 평화적으로 이행된 것이다.
앞서 필리핀은 1999년 세컨드 토머스 암초 인근에 제2차 세계대전 때 쓰인 군함 시에라 마드레함을 고의 좌초시켰다. 1995년 중국이 스플래틀리 군도에 군사기지를 지어며 분쟁지역 암초를 요새로 만들자 필리핀이 맞불을 놓은 것이다. 필리핀은 이후 이 해역에 해병대원 10명 안팎을 상주시키고 있으며, 이는 필리핀과 중국 간 해상 갈등의 격전지가 되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