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발생한 '인천 흉기난동 사건' 당시 부실 대응으로 해임된 전직 경찰관이 "내가 대신 찔렸어야 했냐"고 항변한 것으로 알려져 공분이 일고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인천지법 형사항소1-3부(부장 이수민)는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된 A(50) 전 경위와 B(26) 전 순경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1심에서는 두 사람에게 사회봉사 120시간을 부과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A씨 400시간, B씨 280시간으로 각각 사회봉사 시간을 늘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사건 현장을 이탈한 사이 피해자는 가해자로부터 중한 상해를 입었다"며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경찰관이면 가해자를 제지하고 피해자와 분리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 전 경위는 '구급차를 부르기 위해 빌라 밖으로 나갔다'며 이해할 수 없는 변명을 했고, B 전 순경도 '피해자 대신 흉기에 찔렸어야 했냐'고 변명했다"며 "그사이 피해자 가족들이 맨몸으로 가해자와 싸우다가 다쳤다"고 언급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양형을 어떻게 정할지 정말 많이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원심이 피고인들에게 실형을 선고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고, 그랬으면 항소는 기각했을 것"이라며 "직무유기의 법정 최고형인 징역 1년을 실형으로 선고할 정도의 죄질은 아니어서 집행유예 기간과 사회봉사 시간을 늘렸다"고 덧붙였다.
앞서 두 전직 경찰관은 2021년 11월 15일 인천시 남동구 빌라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 당시 현장에 출동해 부실하게 대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빌라 4층에 살던 C(51)씨가 3층 거주자인 40대 여성에게 흉기를 휘두를 당시 범행을 제지하지 않고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은 채 현장을 이탈했다. 피해자는 C씨가 휘두른 흉기에 목을 찔려 의식을 잃었고 뇌수술을 받았다. 그의 남편과 딸도 얼굴과 손 등을 다쳐 전치 3∼5주의 병원 진단을 받았다.
2심 선고를 통해 경찰관들의 발언이 공개되면서 온라인상에서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피해자 대신 흉기에 찔렸어야 했냐는 B 전 순경의 발언이 공분을 사고 있다. 누리꾼들은 "그런 마인드면 경찰을 하면 안 됐다", "제압을 하라는 거지 누가 경찰 보고 찔리라고 했냐", "직업의 본분을 잊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