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서울 빌라촌 공공개발 ‘가속 페달’을 밟았다. LH는 이르면 다음달부터 불광·수유·영등포·장위동 4곳에서 공공복합사업지구 지정을 위해 주민동의서를 접수한다. 지구 지정 추진은 올해만 5곳으로 공급량은 지난해의 6배에 달한다. 주택 공급난에 정부가 가용 가능한 땅을 끌어모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LH는 ‘서울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공공복합사업)지구 지정 관련 현장 지원 용역3’ 입찰을 18일 공고했다고 25일 밝혔다. 수유·장위동 주민동의서를 접수할 업체를 선정하는 용역이다. 영등포·불광동 용역도 이르면 이달 입찰을 공고한다. 공공복합사업지구는 토지 소유자의 67%(사업 면적 기준 50%) 이상이 동의하면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된다. LH는 수유·장위동 안건을 10월 심의에 상정할 계획이다. 나머지도 연내 상정을 추진한다.
이들 지역에는 주택 8,037호가 공급될 예정이다. 공급량은 수유12(2,786호), 영등포 역세권(2,580호), 불광동 329-32번지(1,483호), 장위12(1,188호) 구역 순서로 많다. 다음 달 지구 지정을 추진하는 신길15(2,300호) 구역까지 합치면 공급량이 1만 호가 넘는다. 지난해 지구 지정이 3곳(1,600호)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급량이 급증했다. 이들은 2021년 공공복합사업 후보지로 발표됐지만 이제까지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했다.
공공복합사업은 문재인 정부가 도입한 정책으로 저층 빌라촌 등 재개발 사업성이 떨어지는 지역을 공공이 정비하는 사업이다. 서울에만 40곳이 후보지로 발표됐지만 지난해까지 9곳만 지구 지정을 마쳤다. 초기 구상은 주택 공급물량의 70~80%를 공공분양하고 나머지를 공공임대 등 기타 형식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사업지구에는 용적률 상향, 일조권 규제 완화 등 유인책이 제공된다. 역세권은 용적률을 준주거 법적 상한의 140%까지 높일 수 있고 저층 빌라촌은 종상향도 가능하다.
LH는 공공복합사업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는 입장이지만 지구 지정 제안은 올해부터 급증한 게 사실이다. LH는 올해 최대 14곳의 지구 지정을 제안해 최종적으로 7, 8곳을 지정하는 것이 목표다. 공사비 상승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 여건이 악화했지만 공공까지 주택 공급에서 손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업계는 이 정도 공급량으로 주택 공급난을 잠재우긴 힘들다고 본다. 지난 정부가 소규모 재개발을 장기간 억누른 부작용을 단번에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소규모 재개발이 곳곳에서 진행되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공급난을 막으려면 이런 식의 개발이 장기간 자연스럽게 진행됐어야 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