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부족한데 상속 최고세율 인하, 초부자만 혜택 보나

입력
2024.07.2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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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24년 세법개정안을 내놨다. 현행 50%인 상속·증여 최고세율을 40%로 낮추고, 최저세율 10% 적용 구간도 과세표준 1억 원에서 2억 원 이하로 높인 게 골자다. 이에 따라 과세표준이 30억 원을 넘을 경우 상속세로 재산의 절반을 내야 했던 납세자는 짐을 덜게 됐다. 상속세 자녀 공제도 1인당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확대, 실질적 세금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2000년 이후 바뀐 적 없는 상속세제를 그동안의 물가 상승과 자산가격 급등 등을 반영해 보정하는 건 필요한 일이다. 실제로 24년 전 2억 원도 안 됐던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이미 12억 원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상속세 납부 인원도 사망자의 0.7% 수준인 1,400명에서 6.4% 수준인 2만 명으로 급증했다. 극소수만 내던 상속세가 적잖은 중산층의 부담이 된 이상 이를 적정 수준으로 낮추고 공제도 늘리는 건 타당하다.

그러나 상속세 최고세율을 낮추는 게 능사인지는 고민해볼 대목이다. 최고세율을 하향 조정하면 결국 최상위 부자들일수록 더 많은 혜택을 받는다. 개정안대로면 최고세율 인하로 2,400명이 무려 1조8,000억 원을 감세받게 된다. 이중과세 논란이 없는 건 아니지만 굳이 초부자에게 감세 혜택을 더 몰아주는 게 답인지는 사회적 공감대가 선행돼야 한다. 공제액 확대나 과세표준 구간조정 등을 추진하는 게 더 합당하다.

세제 개편으로 인한 세수 감소분이 4조 원을 넘을 것이란 관측도 우려를 더한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해 국세 수입은 본예산보다 56조 원 이상 부족했다. 올해 1~5월 세수도 작년 동기 대비 9조 원 감소했다. 세금을 더 걷어도 모자랄 판에 별다른 세수 확충 방안 없이 부자 감세를 추진하는 건 국민적 호응을 얻을 수 없다. 더구나 정부는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고, 가상자산 과세까지 유예하겠다고 밝혀 향후 세수 증가 가능성도 희박하다. 상속·증여세는 아무 대가 없이 부가 이전될 때 부과된다. 중산층 부담을 줄이면서도 조세 정의를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세법개정안이 추진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