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쾅쿵쾅. 활을 잡자 현대차그룹이 만든 비접촉 심박수 측정 장치가 숫자를 스크린에 띄웠다. 화살을 쏴야 하는 시간이 10초 남자 심박수는 '100'에 가까워졌다. 2㎏짜리 유소년 선수용 활에 스크린 과녁까지 거리는 실제 양궁 경기장의 7분의 1 수준인 10m였지만 활시위를 처음 당겨본 만큼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활시위를 떠난 활이 도착한 점수는 '3점'.
다행히 점수를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었다. 이번에는 현대차의 '서라운드뷰 시스템(차 주변을 카메라로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해 자세를 확인할 수 있는 카메라가 작동했다. 카메라에 찍힌 모습을 보니 무엇이 무엇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왼쪽 팔이 과녁을 향하게, 다리는 십일자, 오른쪽 팔꿈치를 최대한 얼굴에 가깝게 올려야 했다. 물론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몸은 따라주지 않았다. 이번에도 과녁에 찍힌 점수는 '3점'.
두 번의 경험을 바탕으로 마지막 실제 경기장 모습이 스크린에 나왔다. 심박수를 조절하고 자세를 고쳐 잡아봤지만 역시나 '3점'. 25일 행사에 참여한 기자의 결과는 "텐, 텐, 텐"이 아니라 "스리, 스리, 스리"였다. 바람의 영향도 없는 실내에서 스크린을 향해 쏘는 것도 이리 어려운데 선수들은 어떻게 '금빛 화살'을 쏠 수 있을까.
현대차그룹은 파리 올림픽 기간에 맞춰 26일부터 8월 18일까지 경기 고양시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모빌리티 기술과 양궁의 만남' 행사를 진행한다. 이번 행사에서는 실제 경기장을 스크린으로 재현한 공간에서 양궁 훈련을 체험할 수 있다.
참가자들은 '처음 활을 잡던 순간', '완벽을 위한 정진', '최고의 무대에서'라는 시나리오 아래 총 세 번의 기회를 얻는다. 처음 양궁을 시작해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땀 흘리며 훈련하고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과정을 느낄 수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국민들이 국가대표 선수들의 땀과 노력을 느끼고 재미있게 양궁을 즐김으로써 양궁의 매력을 체감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마련했다"며 "현대차그룹은 한국 양궁 발전과 대중화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대한양궁협회 회장사로서 1985년부터 40년 동안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이 회사가 가진 기술을 양궁에 접목해 실제 선수들의 성적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해당 기술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된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는 양궁 대표팀 훈련에 사용된 '양궁 로봇'이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은 선수들에게 실전 경기에 버금가는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풍량·풍향을 초음파 센서로 파악한 뒤 1㎜ 단위로 초점을 조정하는 양궁 로봇을 개발했다. 이 로봇은 4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양궁 국가대표팀 소속 김우진 선수와 대결을 펼쳐서 이겼다.
현대차그룹이 자동차 디자인에 활용하는 3D 프린팅 기술로 제작한 '선수 맞춤형 그립(손잡이)'도 볼 수 있다. 통상 선수들은 각자의 손과 기술에 맞게 양산된 손잡이를 직접 깎아 쓰는데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2016년부터 현대차그룹의 도움을 받아 각 선수의 특성을 3D로 구현해 낸 맞춤형 손잡이를 사용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오진혁 전 양궁 국가대표 선수(현대제철 양궁단)는 "직접 손잡이를 깎으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데 현대차그룹의 맞춤형 손잡이를 쓴 뒤에는 장비에 대한 스트레스가 사라져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