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역 백신 맞으면 자폐 된다고? 사람들은 왜 '사실'과 '사기'를 혼동하나

입력
2024.07.2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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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데이비드 로버트 그라임스 '페이크와 팩트'

1998년 영국 의사 웨이크필드가 공동 저자들과 학술지 '랜싯'에 발표한 소규모 논문이 세계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논문은 자폐 아동 12명을 조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뚜렷한 근거 없이 자폐와 MMR 백신(홍역·볼거리·풍진 혼합백신)과의 연관성을 주장했다. 주류 과학과 거리가 멀어 크게 퍼지지 않았던 논문 내용을 일부 언론이 자극적으로 보도했고, 이후 10년 넘게 MMR 백신 접종 거부 사태가 벌어졌다.

아일랜드의 물리학자이자 저널리스트로도 활동하는 데이비드 로버트 그라임스는 책 '페이크와 팩트'를 통해 인간의 비합리적 사고 패턴과 그로 인한 사회적 파장을 보여준다.

인간은 원제처럼 왜 때로 '비이성적 유인원(The Irrational Ape)'이 될까. 책은 역사적 사례를 통해 인간이 빠지기 쉬운 논리적 함정을 보여준다. 가령 믿고 싶은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확증편향'의 위험성은 이미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극단적 두 개 중 하나만 고르라고 주장하는 '흑백논리'는 대중 선동에 특화돼 있다. MMR 백신 접종 거부 사태는 '잘못된 인과 관계의 오류'가 낳은 결과다. 열성적 백신 반대론자들은 자폐 증상이 예방 접종 후에 나타났다는 일부 우연한 관찰을 근거로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책은 백신 반대 운동과 함께 기후위기 부정, 음모론, 진실을 가린 포퓰리즘 정치인들의 권력 획득 등 현대 사회에서 나타나는 인류의 논리적 오류 사례를 분석한다.

책은 과학의 기본 태도인 비판적 사고방식을 인류의 자산으로 여겨야 한다고 말한다. '페이크(사기)'와 '팩트(사실)'가 혼재된 시대에 과학적 회의주의를 통해서만 인류의 운명을 파멸시킬 수 있는 비합리성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