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홈'이 세 번째 시즌으로 확장된 세계관의 마침표를 찍었다. 시즌1의 흥행이 유의미한 성과를 낳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시즌2에 대한 실망감도 컸던 터다. 이에 이응복 감독은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라면서 평가 회복에 나섰다.
지난 2019년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위트홈'은 괴물화의 끝이자 신인류의 시작을 비로소 맞이하게 된 세상, 괴물과 인간의 모호한 경계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 이들의 더 처절하고 절박해진 사투를 담은 이야기다. 시즌1은 대성공을 거뒀다. 당시 시즌1은 공개 나흘 만에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8국에서 1위 자리를 차지했고, 한 달 만에 전 세계 2,200만 가구 시청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기대가 너무 컸던 탓에 시즌2는 혹평을 받았다. 이후 올해 7월 19일 마지막 시즌이 시청자들을 만났다.
'부산행' '킹덤' '스위트홈'으로 한국형 크리처 장르에 대한 포문이 활짝 열렸다. 이후 영화 '살아있다' '지금 우리학교는' 등 다양한 작품들이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초석이다. K-콘텐츠는 거듭 양질의 장르물을 내놓았고 '오징어 게임'이라는 거대 공룡을 탄생시켰다. 해외에서 K-크리처물을 주목한 이유는 따로 있다. 한국적 정서와 괴물이 만나면서 기존 주류의 크리처물과는 차별점을 갖게 됐다. 연근괴물과 근육괴물 등 인간 개개인의 욕망이 괴물의 형상으로 발현되는 과정에서 신선하고 본능적인 아우라의 크리처물이 탄생했다. '스위트홈'의 성공은 한국 문화 투자 유치로 이어졌다. 아시아 전반적인 성장 과정에서 K-콘텐츠가 갖는 무게감이 강조됐다고 K-콘텐츠의 퀄리티나 창작자가 부상하게 된 계기다.
크리처물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자화자찬'이 쉽게 납득이 가는 지점이다. '미스터 션샤인' '도깨비' '태양의 후예' 등의 히트작을 연출해온 이응복 감독은 '스위트홈'으로 그만의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그려내며 전 세계 시청자들의 호평을 얻었다. 디스토피아 세상 속 다양한 인간 군상들은 재미와 흥미를 자아내며 대중을 껴안았다. 한국적인 정서는 곳곳에 포진됐다. 시즌1부터 시즌3까지 괴물이나 신인류라는 공공의 적 앞에서 연대하고 또 서로를 위해 몸을 날리는 이들이 '스위트홈'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다.
"한국에서 크리처물이라는 것이 마이너한 장르였습니다.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최근 K-크리처물이 많이 기획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창작자들에게 '스위트홈'이 도움이 되길 간절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응복 감독)
'스위트홈3'은 지난 19일 공개 직후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5위를 차지했다. 넷플릭스 TOP 10 웹사이트에 따르면 '스위트홈' 시즌3은 250만 시간(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했다. 또한 대한민국 TOP 10 시리즈 부문 1위를 비롯해, 싱가포르, 인도, 아랍에미리트, 나이지리아, 페루를 포함한 총 23개 국가에서 TOP 10 리스트에 올랐다.
아직까지 시즌1을 향한 극찬과 호평만큼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차현수(송강)와 이은혁(이도현) 이은유(고민시)가 다시 만났지만 셋의 유대보다는 이념적 갈등이 강조됐다. 이는 시즌1에서 각 캐릭터가 갖고 있는 개성과 매력을 사랑했던 팬들에겐 아쉬운 지점으로 작용했다.
시즌2의 패착은 너무나 많은 인물의 존재감이다. 색채 강한 배우들이 아포칼립스 세계관에서 필요한 역할을 맡았으나 구성적인 부분에서 시청자들을 깊게 몰입시키진 못했다. 이번 시즌에도 신인류와 인간이 공존할 수 없음을 내포하는 캐릭터들이 거듭 등장했다.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것은 볼거리를 고조시키지만 반대로 전개의 힘을 약하게 만드는 장치이기도 하다. 연출 특성상 한 인물만 계속 따라가는 것이 아닌, 공간에 놓인 사람들을 여러 번 담기 때문에 갈등구조까지도 이해해야 한다는 맹점이 있다. 결국 시즌2에서 지적됐던 임팩트 부족이 시즌3의 발목까지도 잡은 셈이다.
K-크리처물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스위트홈'은 결국 엇갈리는 평가 속에서 막을 내리게 됐다. 올해 상반기 오리지널 작품들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던 넷플릭스 입장에서도 다소 아쉬운 결과다.